<사진 제공: 거제시>

한때 전국 생산량의 80%를 상회하던 거제 맹종죽(孟宗竹)이 최근 중국산 죽순과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타 지역 제품으로 둔갑해 팔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거제경찰서(서장 김주수)는 전남 담양의 B영농조합법인 및 대표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소재 K수산 및 대표자를 각각 농수산물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 및 식품위생법위반(허위표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영농조합법인은 거제에서 생산된 맹종죽순이 지리적 표시등록이 돼 있는데도 국내산(거제산)으로 표시하지 않고 원산지를 ‘담양군’으로 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지난 18일 적발됐다.

또 지난 12일에는 마산어시장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K수산이 고성, 창원지역에서 생산된 맹종죽순을 거제산이라고 허위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적발됐다.

경찰 조사결과 적발된 업체들은 거제산 맹종죽순이 가격경쟁에 밀리면서 판로마저 원활하지 못하다보니 kg당 12,000원에 구입, 원산지를 허위표시 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은 방법으로 21,000원의 높은 가격에 판매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대나무'로 관광상품화에 성공한 담양에서는 주로 왕죽과 분죽이 대량 생산되고 있지만 전국적인 인지도와 수요가 높아 공급물량이 다소 부족하다보니 일부 업체에서 거제산 맹종죽의 생산지를 허위표시,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거제의 한 죽순가공업체 대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오래전부터 어렴풋이 그런 소문(원산지 허위표시)이 돌고 있었으나, 거제 맹종죽이 중국산에 밀리고 농협마저 단가가 맞지 않아 외면하는 현실에서 벌어진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욕심으로는 시에서 맹종죽 판로 개척에 좀 관심을 가져주면 더없이 고맙겠지만, 가격 경쟁력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보니 매우 답답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 죽순 재배농민은 "그건(원산지 허위표시 행위)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돼지만 우리쪽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가 커지면 현재 판로마저 막히게 된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인 셈"이라고 귀뜸했다. 

거제산 맹종죽은 80년대말까지만 해도 높은 가격으로 일본 등지로 수출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값싼 중국산에 밀려 경쟁력 하락과 함께 시장에서 외면 당해 재배농가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거제 맹종죽은 주로 하청면 일대에 재배돼 왔는데 총 죽림면적은 3백ha를 넘지만 요즈음은 노동력 부족과 가격 하락으로 대부분 야생상태로 방치돼 있다.

거제에는 맹종죽테마파크(대표 신경상)와 거제농산물수출영농조합법인 등 비교적 규모가 큰 가공업체가 3곳 정도가 있으나, 나머지는 영세한 재배 농가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거제에서 매년 생산되는 맹종죽은 60톤에 달하며, 이 중 가공죽순은 30톤 가량이다. 대부분은 전남 담양군 등지로 납품되고, 거제 관내에는 고급음식점과 학교 및 기업체에 일부가 공급되고 농가별 직거래로 5톤 정도 소비되는 것으로 시는 추산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때는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에 상당량이 납품됐으나 이마저도 조선 불황으로 급격히 줄어 들었고, 죽순 식품에 대한 요즘 학생들의 기호성도 떨어지다보니 학교 납품도 신통치 않은 형편이다.

거제시 농업지원과 관계자는 “맹종죽이 중국산 죽순으로 인해 해가 갈수록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 “하반기에 베트남 등지 판촉전에 거제 맹종죽을 갖고 나가 판로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제 맹종죽은 소남 신용우(辛容禹·1895~1960)선생이 지난 1927년 일본 산업시찰을 갔다 오면서 3그루의 맹종죽 모죽을 가져와 하청면에 심어 두 그루가 생육하는데 성공한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신 선생은 55년간 죽순을 재배해 48ha의 죽순밭을 일구는데 성공, 하청면 일대의 야산이 모두 푸른 대나무 숲으로 변했고 연간 8백t이상의 죽순을 생산해 한때 전국 총 생산의 90%를 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맹종죽 하면 자연히 거제를 떠올릴 정도가 된 적도 있었다.

'비온 뒤에 여기 저기서 돋아난다(우후죽순·雨後竹筍)'는 말로 유명한 죽순은 대나무의 어린 줄기를 말한다. 주로 동양의 열대·아열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인,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골고루 섞여 성인병, 부인병 식이요법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수정. 7. 20>

<사진 출처: 거제맹종죽 테마공원 홈페이지 >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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