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3회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거제시여성합창단>

아름다운 하모니로 해마다 전국 규모 합창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거제시여성합창단이 돌연 해체 ‘수순’을 밟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창단 25년째인 거제시여성합창단이 ‘해체’ 운명을 맞게 되기까지 원인과 과정을 살펴보면 집행부의 회계집행 잘못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다 내부 갈등과 불화도 한 몫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가까워 보인다.

지난 3월 합창단 일부 직원들은 '내부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민원을 거제시(구 문화공보과)에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시에서는 합창단 집행부에 이를 시정토록 몇차례 촉구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5월부터 지방보조금 집행 실태에 대한 회계검사에 들어갔다.

거제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매년 1억원, 올해는 8천만원을 ‘지정예술단 운영사업비 명목’으로 지원해 왔다. 이는 보조금을 받는 거제시 각종 단체 중 최상위권에 해당된다.

시의 회계검사 결과, 합창단측은 활동하지 않는 휴무단원을 마치 활동하는 것처럼 허위로 보조금을 집행해 1380여만원, 물품구입비를 과다 지급 후 이를 되돌려 받아 1300여만원, 추가 연습비 등을 단원에게 지급 후 이를 반환 받아 약200만원을 자체 운영비로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편법으로 합창단측은 2013년 660여만원, 2014년 530여만원, 2015년 1000여만원, 2016년 650여만원 등 모두 2876만원 가량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재정법 상 ‘지방보조금 용도 외 사용금지 규정을 위반해 교부결정의 취소 대상’이다.

시는 거제시여성합창단에 지방보조금 교부결정 취소 및 반환명령을 통해 지난 8월25일 2876만원을 회수했다. 또 이미 교부결정된 운영비 3000여만원에 대한 취소와 함께 미집행 잔액도 반납토록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합창단측은 내부적으로 해체키로 결정하고, 8월31일자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관련 절차를 밞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기타)단체의 경우 관할 세무서에 등록취소 신청에 따라 고유번호가 삭제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합창단측은 “보조금을 잘못된 방법으로 집행한 건 맞지만, 절대로 개별적으로 착복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합창단 운영을 위해 썼다”며 “이전부터 관행적이다 보니 잘못인줄 알면서 짧은 일정에 보조금을 집행하려다 이렇게 됐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순수함을 추구해야 할 예술인들이 시민들의 눈을 속여가며 혈세를 ‘쌈짓돈’ 써듯 함부로 낭비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담당부서인 시 공보문화담당관실은 합창단측의 보조금 편법 운영실태를 방치해 왔다는 지적에 대해 “보조금은 지원대상 단체의 집행결과에 대한 관련서류를 받아 검사한 후 문제가 있으면 감사부서에 조사를 의뢰토록 돼 있다”면서 “사실상 서류검사만 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조금 유용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보완책을 내놓고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면 똑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은 시 관계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시는 29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합창단원 5명과 단장 등 집행부 임원 4명을 따로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거제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고 좋은 성적도 내 왔는데 크게 아쉽다”며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앞으로 심기일전해 다시 재도약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합창단측은 “이미 내부적으로 해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물다섯해 동안 거제시민들을 위안해 주던 여성합창단이 결국 편법과 내부 불협화음에 무너져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시 관계자는 “합창단측에서 앞으로 해체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현재 공공청사 사무실도 폐쇄하고 집기 등 물품을 인수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형사고발 문제에 대해서는 “규정과 선례, 법률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 할 것”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한편, 이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 '안타깝고 놀랍다'는 시민들 반응이 많았다.

한 전직 여성합창단원은 "잘못은 자기들이 해 놓고 반성은 커녕, 누구 맘대로 25년이나 된 합창단을 함부로 해체하는 지 이해할수 없다. 누가 그들(집행부)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최근에 전직 단원들과 뜻을 같이하는 일부 단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해체는 절대 안된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수정 18:30>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