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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진실(眞實)의 차이…'조폭 1인 시위' 취재 후(後)
거제저널 | 승인 2017.10.29 15:38

어느 언론의 표현처럼 ‘거제가 발칵 뒤집어지고 엄청난 혼란에 빠졌던’ 조폭 1인 시위 사건이 최근 관련자 2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마무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민들은 잠시 놀랐을망정, 거제는 발칵 뒤집어지지도, 엄청난 혼란에 빠지지도 않은 채 끄덕없이 제자리에서 세월따라 흘러가고 있다.

꼭 지적하자면, 좀체 보기 드문 일로 거제가 전국에 알려졌고, 앞길이 창창한 유력 정치인 몇몇이 어줍잖게 연루돼 크나 큰 수모를 당했다고나 할까. "정치판이야 원래 그렇고 그렇지"라는 비아냥까지.

당초 이 사건이 터졌을 때 폭로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반신반의 하거나 폭로 자체를 아예 믿지 않았다.

본사도 마찬가지다. 꼭 10년전 그가 어떤 일에 연루됐으며 그 이전은 물론, 그 이후 삶의 궤적을 나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관계 조차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의 지적도 받았다. 대신 후속 보도는 면밀하고 구체적인 취재를 통해 시민들에게 빠짐없이 알리려 노력해 왔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시장이 어떻게..."였다. 결국 검찰 수사(搜査)를 통해 사건의 전모와 함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으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아직 수사나 재판이 끝난 건 아니지만 이번에도 시장에게 제기됐던 의혹은 의혹 그 자체로 흐지부지 되는 듯 싶다.

자칭 '조폭 출신'이란 자가 '시장 정적제거 사주'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건 사실(事實)이다. 당시 그가 폭로한 내용 역시 전혀 검증(檢證)되지 않은 사실관계에 불과했다. 녹취록이 수백, 수천개 있다한들, 그건 진실에 보다 가까운 물증(物證)은 될지 몰라도 그 자체가 진실이라고 단정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처음부터 시장의 '정적제거 사주설'을 마치 진실처럼 보도 했다. 폭로 당일 어떤 언론계 종사자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 "권 시장은 이제 끝났다"고 아주 통쾌해 했다는 뒷말도 있다. 사실을 진실(眞實)로 착각했거나, 아니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어느 수도권 언론은 한 술 더떠 "앞서 두명의 시장이 구속된데 이어, 세 번째 시장마저 구속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식으로 너무도 앞서갔다. 그 언론은 과거에도 유별나게 거제시장과 관련된 기사를 '시리즈'로 내거나, 자주 취급해 지역언론인들 조차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지난 주 권민호 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직접 해명하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 첫머리에 그가 언급한 말은 ‘도청도설(道聽道設)’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고 허황된 소문이나, 무슨 말을 들으면 그것을 깊이 생각지 않고 다시 옮기는 경박한 태도를 이르는 말로 논어(論語) 양화(陽貨) 편에 나온다.

권 시장이 처음부터 이 말을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동안 무슨 일만 터지면 자신을 중심에 두거나 끼워 넣어 각종 의혹과 논란이 지속되는데 대한 감정 표현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선출직의 입장을 백번 고려하더라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항변일 수도 있다.

그가 시장에 당선된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과오(過誤)를 저질렀고 그로인해 어떻게 비난받고 시달려 왔는지는 일일이 기억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 그 자체를 새삼 두둔하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이번 '조폭 사주설' 등 일련의 언론 보도에 대해 "이제까지 제기된 의혹 중에 단 한가지라도 진실이었다면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라는 원망과 탄식은 일면 이해가 간다.

흔히 언론을 '권력의 제4부'라 한다. 하지만 언론이 결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아니다.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한번 허물어진 개인과 집단의 명예와 상처는, 고작 정정기사나 반론보도 쯤으로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식 보도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파장이 크다. 특히, 유명인이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절망적인 결과로 이어질수 있다. 물론 언론 자신도 예외가 될수 없지만.

사실(事實.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과 진실(眞實.거짓없이 바르고 참됨)은 엄연히 다르다. 그걸 언론이 혼동하거나 앞장서 호도(糊塗)해서는 안된다.

사실조차 왜곡해 사안의 본질을 비틀고 흔들었을 때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이미 3년전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통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뼈 아픈 경험도 했다.

팩트(fact·사실)를 중심으로 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톺아보기'를 통해 언론이 책임있는 보도 자세를 지향할 때 비로소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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