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수원 교수로 행세하며 연로한 시골 농민들을 상대로 거액을 편취한 후 도망 다니던 70대가 지명수배 3년만에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피해자들과 거제경찰서(서장 김주수 총경)에 따르면, 경찰은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장 모(71·무직)씨를 지난 달 3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은신처에서 사기 혐의로 체포, 4일 구속했다.

장씨는 2012년 1월 부터 2014년 12월 사이 A(79) 씨 등 거제시 둔덕면과 사등면에 거주하는 농민 7명을 상대로 태양광 전기설비 설치나 조선소 납품, 통영LNG 발전소 자녀 취업 등을 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약 5천만원을 받아 가로 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장씨가 당시 두 지역농협의 고추건조기 판매 홍보를 대행해 주면서 알게 된 60세∼80세 고령의 농민들이었다.

장씨는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이며, 모 공무원연수원 '장 교수'로 행세했다.

장씨는 피해자들로부터 태양광 설비 자재운송비나 취업청탁 계약금 명목으로 한 사람당 최소 300∼2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또, 병무청 고위직을 잘 안다고 속여 피해 농민들의 손자나 친척 등을 후방에 배치토록 힘써 주겠다며 수백만원을 받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2015년 거제지역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자, 장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일정한 거처도 없이 부산 등 대도시권 여관 등지를 옮겨 다니며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장씨의 사기 행각은 거제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현재 부산지방검찰청으로부터 사기죄로 체포영장이 발부 돼 있고, 부산의 한 경찰서에도 사기죄로 지명수배 중인 걸로 드러나 도피 중에도 비슷한 범행을 계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장씨의 주소는 부산으로 돼 있으나 단 한번도 거주한 적이 없고, 범행을 한 지역에는 오래 머물지 않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검·경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계속 따돌려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를 장기간 추적한 거제경찰서 형사대에 마침내 꼬리가 잡혀 '장 교수'의 신출귀몰했던 사기행각은 막을 내렸다. 경찰은 거제에서 유사한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장씨의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장씨는 범행으로 생긴 돈을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가족에게 가끔 보냈으며, 가족들은 장씨가 지방에서 사업하는 줄로 알고 있었던 걸로 전해졌다.

장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공무원으로 1년 가량 근무하다 서울 유명학원 강사로 행정법 등을 강의하며 한때 여유있게 살았으나, 90년대 초반부터 별다른 일도 없이 지내다 사기 범죄에 연루 돼 수차례 감옥을 드나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조선경기 불황 등을 이용해 거제지역에서 물량 납품이나 취업 알선 등을 미끼로 범행하는 악덕 경제사범을 연중 추적 수사중에 있다"며 " 장씨 처럼 범행 후 도망해도 전담반을 편성해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