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저널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세상보기
'내로남불'서영천 / 거제저널 대표기자
거제저널 | 승인 2019.01.17 16:25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불륜".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많이 유행하던 이 말은 남이 잘못 할 때는 비난해놓고 정작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면 온갖 핑계를 대며 합리화 하는 걸 빗댄 말이다.

남의 행위가 조금 잘못됐다고 무조건 비난하면 언젠가 자신도 비난을 받게 되므로 남을 비난할 때는 신중해야 하며, 자신도 향후 잘못된 선택이나 행위를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된다는 뜻도 담겨 있다.

'내로남불'과 비슷한 의미의 속담도 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다. 겨가 냄새나는 똥보다 더러울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보고 더럽다고 흉을 본다는 말이다. 자신은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되레 다른 사람의 흉을 본다는 뜻이다.

또 "너나 잘하세요" 라는 말도 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 씨'에서 배우 이영애의 명대사다. 이는 본인 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남보고 이래라 저래라 할 때를 이른다.

이런 말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많이 사용되는 건 사람들의 다소 이중적인 기준과 속내를 잘 묘사하고,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사자가 공인(公人)인 경우는 그 잣대가 일반인의 그것과 달리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이 말이 딱 어울리는 두 여성 국회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 중 한 의원은 투기 의혹에 휩싸여 있다. "절대 투기가 아니다"라는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편 명의 재단이나 조카, 보좌관 자녀 등 측근 이름으로 전남 목포시 근대유산 등록문화재 지구 안에 16채의 건물을 집중 매입했다는 의혹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앞서 그가 간사로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결소위에서 목포 문화재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예산을 요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업계 최고의 브랜딩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더불어민주당' '처음처럼' '참이슬' '쿠첸' '트롬' '딤채' '힐스테이트'까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브랜드들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정계 입문 이후 SNS에서 돌출 발언이나 돌발적인 행동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생중계된 국회 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그는 유명한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상대로 모멸적인 질문을 해 주목 받았다. 당시 그는 감독에게 "선수 시절 광팬이었어요"라고 비꼬면서 질문인지 힐난인지 분간키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편성 당시 특정 선수가 실력이 부족한데도 병역면제 혜택을 주기위해 특혜로 뽑았다는 의혹을 추궁하면서 대부분 본질을 벗어난 질문을 답변할 틈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퍼붓다시피 했다.

급기야 그는 "야구팬들에게 사과 하든지, 사퇴를 하든지 해라"며 "2020년까지 가기 힘들다"고 호통을 쳤고 당황스러워 벌겋게 상기된 감독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close-up) 됐다. 결국 그 감독은 '매우 모욕적이었다"며 사퇴를 했고, 그 역시 "해도 너무한다"는 호된 질타를 받았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군자 할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아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 '철딱서니가 없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7년에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계산한 거지"라고 말해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아 문재인 후보 캠프 홍보부본부장직을 사퇴한 전력도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과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 등을 주장한 기획재정부 출신 한 사무관에 대해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거다. 신재민에게 가장 급한 건 돈"이라며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페이스북에 매착없는 글을 올려 "인격이 의심된다"거나 "경거망동"이라는 비판을 받자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다른 한 의원은 젊은 시절 명문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사회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일한 후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인물이다.

그는 야당 시절 국회나 각종 활동을 통해 맹렬하고 투사적인 활동으로 이름을 꽤 날렸고, 상대의 잘못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특유의 독설 섞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저격수'로 불릴만큼 저돌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16년 자신의 딸을 인턴으로 친동생을 5급에 채용하고, 자신의 오빠를 회계담당자로 임명한 것이 논란이 돼 당무감사를 받게 되자 법사위원직을 사퇴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그는 '3년 전 인턴한 건데 지금 나를 마녀사냥 식으로 공격한다'며 억울해 했고, 검찰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자 2017년 복당했다.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도 한동안 시달렸던 그에게 이번엔 판사 청탁 논란이 또 불거졌다. 2015년 자신의 연락사무소장 등으로 일했던 사람의 아들이 강제추행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되자 국회 파견 중인 부장판사를 사무실로 불러 "강제추행미수는 인정되지 않는 것 아니냐. 벌금형으로 해 달라"며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최근 구속된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 기소할 때 공소사실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런데도 "청탁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으나 여론은 아주 싸늘하다.

두 의원 문제를 놓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부인까지 언급하며 '초권력형 비리'라거나 ‘사법농단의 실체는 바로 여당 실세 의원‘이라며 총공세를 펴면서 국면을 바꿀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이들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당 일각에서는 "투기다 아니다, 청탁했다 안했다는 사실 유무를 떠나 행위 자체만을 놓고 볼 때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토록 똑똑하고 잘나고 큰소리치던 두 의원은 왜 저 꼴이 됐을까. 촛불 권력을 등에 업고 남을 향해 인정사정 없이 가슴에 비수를 꽂듯 몰아붙이고 고함을 질러대던 그들의 호기는 온데간데 없다.

엊그제부터 일그러진 얼굴로 구차하고 부질없는 변명만 늘어놓는 저들의 뉴스를 자꾸 보자니 '내로남불'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 나온다.

자기들이 지금껏 그토록 매몰차게 상대를 몰아부친 것처럼 하면 모든 일이 간단하게 정리될 텐데 뭐가 그리 어려울까. 정 억울하면 스스로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수사를 자청하면 될 일 아닌가.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 남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에겐 가을 서리발처럼 매섭고 엄하게 대하라. -채근담-)

'내로남불' 하다 졸지에 쪽박 찬 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거제저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HOT 뉴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