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사의 귀책 사유로 하청사가 휴업했더라도 '불가항력 사유'가 아니라면 하청사는 근로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57·거제시)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근로자 120명이 일하는 거제의 한 조선협력업체(선박임가공) 대표로, 2017년 5월 한 달간 휴업을 하고서도 근로자 50명에게 휴업수당 9천747만여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장은 2017년 5월1일 원청사인 대형조선소 사업장 내에서 크레인 두 대가 충돌해 협력업체 근로자 수십명이 사상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함에 따라 모든 작업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A씨 업체도 2017년 5월2일부터 5월31일까지 휴업을 했으며 일부 근로자에게는 휴업수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도장공 등 근로자 50명의 휴업수당 9747만원을 정기 임금지급일인 그 해 6월17일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입건, 기소 돼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제46조 제1항)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휴업기간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면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피고인 A씨측은 "피고인이 휴업을 하게된 이유는 원청사의 크레인 충돌사고 발생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에 의한 것으로 원청사에 귀책사유가 있을뿐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주은영 판사는 A씨가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사유로 휴업했기 때문에 근로자들에게 수당을 줘야 한다고 봤다. 물론, 원청으로부터 휴업수당 목적의 돈을 받아 일부 근로자들에게 준 점도 고려했다. 즉 고용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건 유사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원청과 협력업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A씨가 휴업한 건 불가항력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피고인 A씨는 "원심판결이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었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구민경 부장판사)는 지난 6월19일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양형 조건이 변화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의 이런 판단을 존중해 지난 10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인 벌금 1천만원을 확정했다. 민 대법관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서의 사용자 귀책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은 없다"고 판시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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