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8일 경남 16개 선거구 중 곳곳에서 '예측 불허'로 경합 중인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막판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 주목된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8석을, 미래통합당은 16석 전승을 기대했으나, 막상 선거기간이 시작되자 예상과는 달리 '경합'이나 '혼전' 지역이 부각되면서 민주당측은 표정이 밝아지고 통합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선거기간 초반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당 지지율까지 끌어올리고,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등 특이한 호재를 등에 업고 민주당이 의외로 PK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경남의 경우 일찌감치 김해갑(민홍철), 김해을(김정호), 양산을(김두관)을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다. 여기에다 당 자체분석 결과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거제(문상모), 진해(황기철), 양산갑(이재영)을 경합 지역으로 분류하면서 크게 고무돼 있다.

거제 지역구는 8일 오후 2시 민주당 문상모 후보와 통합당 서일준 후보가 거제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생방송 진행되는 방송토론회에 들어가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나머지 기타 정당과 무소속 후보 4명은 이날 오전 11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 모여 성명을 발표하고 방송토론 참가자격 부여와 관련해 절차적 흠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달 30일 거제지역의 한 인터넷매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통합당 서일준 후보가 50.3%로 민주당 문상모 후보(24.3%)를 곱절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각 후보측은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서 후보측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선거 홍보전에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 활용했으나, 문 후보측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신 민주당측은 지난달 29일 중앙당에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서일준 후보에게 불과 한자릿수 차이로 약간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는 소문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인 걸로 전해졌다.

문상모 후보 캠프쪽은 이번 주 전반을 지나면서 그동안 중앙당 차원에서 몇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와 자체 비축한 분석 데이터를 근거로 현재 두 후보가 '초경합'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선거 중반 '흐름'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와 유사한 면이 있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에도 서일준 후보가 선거기간 시작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차이로 꾸준히 앞서가다 중반부터 변광용 후보(현 시장)에게 추월을 허용해 결국 8185표 차로 석패했다. 

이같은 일종의 '흐름'은 수도권에서 시작돼 통합당의 아성인 PK 전체 판을 흔들고 있으며, 좀체 꺽일 줄 모르고 분위기를 타고 있다는 데 촛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현재 국면을 문상모 후보측은 '분발'을, 서일준 후보측은 '수성'과 '경계'에 집중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면서 각 캠프측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는 걸로 알려졌다.

더구나 두 후보 진영의 '딜레마'를 앞으로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에도 관심 있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문상모 후보와 무소속 김해연 후보는 지금까지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고 물밑 접촉을 이어 왔다. 하지만 두 후보 진영은 단일화의 명분인 여론조사에 대해 근본적 인식 차를 보이면서 거의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6일 오전 9시께 김해연 후보가 문상모 후보 캠프를 전격 방문해 '단일화'가 급진전 된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있었으나, 두 후보 간의 짧은 만남을 끝으로 완전히 갈라섰다.

결국 김해연 후보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 "8일까지 응답이 없으면 단일화의 의지가 없다고 보고, 이후 단일화 불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문상모 후보에게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문상모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아무리 단일화가 필요해도 공당의 후보로서 형식과 절차가 맞아야 한다. 탈당한 측의 무리한 여론조사 주장에 답변한 내용까지 비틀어 언론에 밝히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면서 "이제 단일화는 끝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서일준 후보측은 경선 과정의 후유증을 털어내지 못하고 끝내 당 조직을 흡수하지 못한 게 곤혹스러워 보인다.  지난 5일 통합당 일부 핵심당원 등 8∼9명이 서울 종로 황교안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표 의원을 찾았다.

이들의 상경 목적은 지난달 불출마 선언 이후 지역구에 내려오지 않고 황 대표 선거에 집중하는 김 의원에 대한 위로와 격려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김 의원에게 위로와 함께 "그래도 선거가 시작됐는데..."라고 하자, 김 의원은 "무슨 소리! 내가 무소속 안 나간 것만 해도 얼마나 도와준 건데..."라고 가로막아 더 이상 선거 얘기는 없었던 걸로 전해졌다.  

현재 통합당 거제당원협의회는 이번 선거판에서 '각자 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극히 일부 당원은 적극 나서지는 못한 채 "그래도 서 후보를..."하며 눈치껏 돕기도 하나, 상당수가 본업으로 돌아가거나 손을 놓고 있다. 몸통은 있는데 손발이 없는 모양새다.

특히, 김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일부 당원은 아예 문상모 후보 지지로 돌아서 '어차피 초선은 여당에, 비례는 통합당'을 외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 문상모 후보 밴드에는 이들이 가입해 글을 올리자 당원들과 때아닌 '진정성'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어 흥미롭다.      

한편 연합뉴스는 8일 비례대표 의석(47개)을 제외한 전국 지역구 253개 의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30석+α(알파)', 미래통합당은 '110∼130석'을 확보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민주당은 130석, 통합당은 124∼130석을 지역구 목표 의석으로 제시한 점을 고려해보면 현시점을 기준으로 민주당에서는 애초 전망치를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통합당에선 애초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황교안 대표의 텔레그램 n번방 '호기심' 발언 논란이나,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의 특정 세대 비하 발언 등 실언 논란이 수도권 표심에 일부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가 양당의 자체 중반 판세 분석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중앙당은 공식적인 의석 전망치를 '130석+α'라고 밝혔지만 각 시·도당이 개별적으로 판단한 전망치는 이보다 높다. 시·도당의 전망치를 합하면 우세·경합우세 지역이 147곳에 이른다.

민주당 시·도당이 파악한 우세·경합우세 지역은 ▲ 서울 33곳 ▲ 경기 45곳 ▲ 인천 7곳 ▲ 충청 18곳 ▲ 호남 26곳 ▲ 부산·울산·경남 12곳 ▲ 강원 3곳 ▲ 제주 3곳 ▲ 대구·경북 0곳이다.

통합당은 우세·경합우세 지역으로 ▲ 서울 13곳 ▲ 경기 11곳 ▲ 인천 2곳 ▲ 충청 16곳 ▲ 부산·울산·경남 14곳 ▲ 대구·경북 24곳 ▲ 강원 4곳 ▲ 호남·제주 0곳을 꼽았다.

이는 중앙당과 시·도당 판세 분석을 바탕으로 산출된 결과다. 전국을 놓고 보면 민주당은 47곳, 통합당은 46곳을 경합지역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의 경우 시·도당의 전망치(147석)가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지고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15석 이상 확보한다고 가정한다면, 단독 과반 의석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 정당이 개헌선에 육박한 의석을 차지한 당시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마저도 나온다.

그러나 역대 총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힌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에서 양당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연합뉴스는 이에 대해 “진보·보수 지지층의 막판 결집, 막말 논란 등 돌발 변수, 세대별 투표율 등에 따라 선거 흐름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수정 18:20>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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