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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해양·상선부문 일감 절벽 가시화 .. 인력감축·부서 통폐합 등 자구책 마련 '비상'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0.06.24 08:02
<사진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및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 전경>

국내 조선업계가 LNG운반선 부문에서는 발군의 수주 실적을 보이고 있으나 해양플랜트·상선 수주가 끊기면서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일감 절벽이 가시화 돼 비상이 걸렸다. 

24일 지역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했던 해양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그동안 추가 수주가 아예 끊기면서 대형 조선사는 물론, 협력사들까지 일감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이같은 해양부문 일감 절벽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몇 년째 지속되는 저유가 여파에 대형 에너지기업들이 해양플랜트 발주 계획을 줄줄이 미루거나 취소했기 때문이다.

한때 호황기 시절 국내 조선업을 선두에서 이끌다시피했던 해양플랜트가 발주와 수주가 동시에 멈추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거제시는 연말까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해양부문 일감이 줄면 협력사 인력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역의 한 조선협동화공단의 경우 1∼2년전까지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해양플랜트 일감이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일부 선제적인 생산업종 전환에 성공한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상당수의 관련 협력업체들이 이미 문을 닫고 현장을 떠났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일감 절벽에 직면한 협력사들이 폐업 이외에는 달리 마땅한 대책이 없는 절박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협력사 대표(66)는 "일감이 줄어들면 반드시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르는데 해양플랜트 기술인력을 지금 내보내면 나중에 해양플랜트 물량이 들어올때 인력공급 분야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조선인력 고용유지책으로 사업주가 1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한다해도 그마저도 업체들의 형편이 너무 어렵다보니 대부분의 협력사들이 생존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극심한 수주 편중화 현상도 문제"라며 "LNG선 수주가 아무리 많다해도 중간에 해양플랜트 수주도 간혹 있어야 선종 다양화를 통한 기술력 축적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지만, 당분간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해양플랜트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조만간 2014년 수주했던 ‘카자흐스탄 TCO 프로젝트’를 발주사에 인도할 계획이다. 이후 6개월간 해양플랜트 일감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쉐브론으로부터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선체 1기를 수주했으나, 설계기간 등을 고려하면 빨라도 올해 말쯤 돼야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물량은 2018년 수주한 킹스키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FPS) 프로젝트뿐이다. 미국 석유개발 업체 MOC에 오는 2021년 상반기 인도를 완료하면 추가 수주가 이어지지 않는 한 해양부문 일감이 완전히 끊길 가능성이 높다.

급기야 현대중공업은 지난 23일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내달 1일 부로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당면한 위기극복을 위해 사업부 통합 및 부서 통폐합 등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의 효율성 제고와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 유사부서 간 통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도 동시에 실시해 전체 부서의 약 20%를 축소한다는 방침이므로 그만큼의 임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고강도 위기극복 조치는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그룹 내 전 계열사에서 각 사별 상황을 고려해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형편이다. 현재 진행중인 해양플랜트 사업으로는 ‘BP의 매드독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 ‘인도 릴라이언스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현실에서PSO)’ ‘이탈리아 ENI의 코랄 FLNG 3기가 있으며, 이 중 한 개는 올해 9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조선업 종사자 비중이 큰 거제시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변광용 거제시장은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올해 하반기부터 양대 조선소 일감 부족으로 협력사를 중심으로 대폭적인 일자리 이탈이 예고된다"며 "적극적인 고용 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 했다.

변 시장은 이 자리에서 "숙련공의 고용 유지로 조선분야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향후 물량 확보를 하더라도 기술적인 문제로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거제시, 양대 조선소, 협력사가 함께하는 상생의 모델을 구축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고용 유지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거제지역은 최근 카타르와 LNG운반선 23조원 슬롯 약정 체결 등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안팎의 기대감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올해 해상 물동량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실상 지역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상당한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거제시는 오는 29일 조선협력업체 대표들과 고용유지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행정기관과 사업주, 노동자 간 공감대를 조성해 고용위기에 선제적인 공동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제대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일감 절벽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결과를 예단키 어려워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의 연 이은 대규모 수주 성공 자축의 한켠에서는 이래저래 또 다른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오전 변광용 시장이 서울역에서 일자리위원회 김용기 부위원장을 만나 거제지역 조선업계 고용 사정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지원을 요청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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