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이에 우리 거제에 두 명의 VIP가 방문을 했다. 하지만 거제시민들이 내심 기대하던 발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거제 경제는 물론, 경남지역 조선산업기자재 벨트의 존망이 달린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무효화! 여기에 대해 최소한 의견 표명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이런 실망은 지난 922일간 천막 농성을 벌이는 매각반대 범시민대책위원들과 11일간 단식 투쟁한 노동자의 고초, 거제에서 도청까지 15일간 도보 행진을 하면서 합병의 부당성을 호소한 일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 시리다.

지난 주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거제 방문에 이어, 하루 차이로 문재인 대통령이 여섯번째 거제를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일정은 삼성중공업에서 진행된 모잠비크 코랄에 인계될 FLNG 명명식 참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산업체 방문 첫 일정으로 2018년 1월3일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문대통령의 ’조선업이 지금은 어렵지만 훗날 한국경제의 효자산업이 될 것’ 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무게 그 중심을 두고 보도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이듬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합병추진을 발표해 거제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삼성중공업 두 차례, 대우조선해양 두 차례 및 저도 관련 방문 포함해 총 6번 거제를 방문했다. 그런데도 단 한번도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대한 명쾌한 입장 표명은 필자가 아는 한 현재까지 없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 합병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불신"이라면서 구조조정 우려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합병절차를 즉흥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합병의 합당성과 행정의 일관성, 인수 주체의 문제 이렇게 3가지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제시민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언급이다.

이를 두고 서일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십만명의 생계와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무산을 선언하고 더 공부하시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정치적인 입장 이전에 대우조선 합병에 관한 문제는 적게는 우리의 생존인 일자리에 관한 이슈면서 경남 경제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고 크게는 국가경쟁력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의 조선산업은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세계 선박 발주량은 대폭 증가했으며, 앞으로 조선산업은 10년의 슈퍼사이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게 조선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려됐던 우리의 경쟁력은 LNG운반선, 쇄빙선, FLNG플랜트 그리고 친환경 엔진인 LNG엔진에 대해 독보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비교 우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LNG엔진은 범세계적인 탄소중립정책에 힘입어 대형선박 뿐 아니라 소형선박에도 곧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이 기술은 세계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조선3사만 보유하고 있는 장차 CASH COW의 기술이라고 필자는 예측한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해 EU에서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LNG선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 감축을 요구하는 배경이 바로 우리 조선산업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견제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 합병 문제의 모순점이 발견된다.   

산업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하는 것이지, 경쟁력을 낮추고 시장에서 현재 보다 더 적게 팔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작금의 현상은 시장과 정 반대의 의사결정 과정이기 때문에 황당하기까지 하다.

시장이 좋아지고 있다는데 왜 가게 규모를 줄이고, 팔 수 있는 양보다 왜 더 적게 팔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는 대목 장이 서는데 판매대를 발로 차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 일상이든, 정책이든 별반 다를 바 없다. 잘못 판단할 수는 항상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점을 알게 되면 그 즉시 반성을 하고 중지하면 된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반성을 하고 정책을 선회하는데 일관성이 왜 중요한가? 잘못된 것은 즉시 멈춰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현재의 합병의 무효성을 선언하고 우리나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순조롭게 편승해 국민경제를 부강하게끔 선박건조 융자금의 과감한 지원, 조선업 인력 수급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일이다.

특히 주 52시간제의 조선산업에 대한 탄력적 적용은 현장에서 많은 필요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조선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현재 구조에서는 수주가 급증하더라도 생산인력 수급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한다.

회사야 52시간을 지키면 되지만, 조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월 250만원(최저 시급 적용된 통상 평균임금)받고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다른 직종의 아르바이트가 훨씬 낫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생산 인력을 육성하면 된다고 하지만, 숙련도를 요하는 노동집약적인 조선산업의 현실과 정책은 괴리감이 있다. 정책 입안자는 정책의 일관성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고, 탄력적으로 정책을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조선업 주 52시간 근무제의 탄력적인 적용은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조선산업 활기와 더불어 거제경제에 온기가 돌고 첨단 조선해양도시 건설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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