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표를 3일 앞두고 거제시장선거가 아수라장이다. 여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다”라는 공식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노골화되고 있었다.

그래서 여당의 거제시장 후보 경쟁은 불꽃 튀는 십자포화전이었고 결국 삼국지 구도로 굳어졌다. 여당, 야당, 무소속의 삼파전이 연일 당선권의 여야 후보를 대상으로 심리, 비방,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아뿔싸 두 차례의 500만 원짜리 매설 지뢰가 등장해 누구의 발밑에서 터질지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이다. 관행적 정당행위와 불법적 기부행위라는 주장이 티격태격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고 있다. 앞으로 하루이틀사이에 삼자 간의 사생 결단의 대립이 예상된다.

필자가 그분을 만난 때는 2000년 초 미국 플러턴에 있는 큰빛한인교회의 주일 점심 식사 때였다. 잠시 딸의 가족을 만나러 오셨다. 군사학을 공부하러 온 유학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앞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에 먼저 당부의 말씀을 주셨다.

당시는 경북대 명예교수로 우리나라 공룡 발자국의 권위자로 지난 30여 년을 경남의 한 지자체와 인연이 많다고 본인을 소개하셨다. 정치계에 당부 및 진단의 말씀은 공룡 발자국 연구가 계기가 돼서 지근거리에서 농협조합의 선거를 보면서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기대를 져버렸다는 일성이었다. “황군 조합장 선거를 바꾸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은 다시는 없네! 꼭 명심하게……. 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버렸다.

지난 2018년 선거를 위해서 17년 5월부터 줄기차게 연초, 하청, 장목 및 수양동의 경로당 및 작은 교회를 주중에는 오전에 그리고 주말마다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경로당에는 간식거리를 몰래 들고 인사를 했다. 싱크대 밑에 싸여 있는 믹스 커피는 반가운 선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커피를 얼마나 찐하게 마시는지 좀 놀라기도 했다. 사탕보다는 젤리 같은 것으로 고급스럽고 비싼 것 위주로 찾으셨다. 이런 거로 고발을 하지는 않을 테니 더 많이 자주 오라고 주문도 했다.

경로당에도 서열과 체계가 있어서 가져다준 먹거리는 후보들이 가고 나면 공평하게 나눠 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군대로 치면 식기 당번이라고나 할까? 주중에는 경로당에서 뵙고 주일에는 교회에서 또 그분들을 만났다. 돈에 여유가 있었다면 필자도 좀 교회 헌금을 두둑이 했을 것이다. 시골 목사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일은 설교로 주중에는 연로한 성도와 이웃들의 차량 기사로 또 자신의 생계도 챙겨가면서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소명의식과 믿음으로 봉사와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나 각종 마을행사에 관련하여 이장의 역할과 의견이 더 중요하였다. 유난히 단합이 잘 되는 경로당이나 마을이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여당이나 보수당과 표 거래가 쉽기 때문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같은 무소속은 눈길이나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고향 하청지역의 술자리 선거 운동에서 선친과의 옛 인연을 강조하면서 “황후보 한 백만 원 만 주면 우리 마을의 표를 확 몰아서 줄게”라는 이장의 취중 진담은 애교다, 당시 민주당의 거센 바람에 결국 낙선했지만, 필자는 4번째 도전이라 득표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았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한번 만나자고 하는 선거꾼들의 전화 연락이 종종 있었다. 명단을 가져오기도 하고 몇 사람을 선거 캠프에 보내서 자신들의 표밭을 은근슬쩍 내보였다. 좀 안면이 터이고 자주 만나다 보니 꿀단지를 10만 원씩 두 개를 사라고 막무가내 강매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기도 했다.

아마 이런저런 요구를 다 수용했었으면 당선이 되었을까? 일가친척도 아닌데 자기 돈 써가면서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해 주는 유권자들과 지인들도 있었다. 당선만이 보답일 텐데 그럴 기회를 다 놓쳐 아쉽고 죄송스럽다.

돈을 쓴다고 다 당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을 쓰지 않으면 공천을 받아도 낙선이 된다. 이 사례는 2012년 거제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진성진 후보가 일체의 탈법적 돈을 쓰지 않고 8000명의 자원 봉사자를 응원군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렀으나 결국 낙선을 했다.

당시 박근혜 대표가 두 번이나 거제를 찾는 등 온 힘을 기울인 곳이 이곳 거제였다. 소위 조직에 기름칠하지 않아서 생겨난 결과라는 진단이 우세했다. 물론 당시 여당 소속의 일부 시도의원들이 탈당하여 반기를 더는 공작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켜 예상치 못한 선거 결과를 양산했지만 말이다.

특히 면 단위 지역의 선거 운동을 해 보니 한편 조합장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일부 지역의 구태의연한 불법적 조합장 금권 선거가 1억 년 전의 공룡 발자국처럼 굳어져 버릴 것만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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