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혼자 당직을 하던 30대 대학병원 전공의(레지던트)가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실로 이송된 거제 50대 환자를 기도 확보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아 주목된다.

지난달 16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이진아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 의사인 A씨(30대·여)는 호흡곤란 응급환자로 거제에서 이송된 B(50대)씨에 대해 기도 확보 등 적절한 응급조치 없이 후두경 검사를 실시하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은 6년 전인 2016년 6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혼자 야간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이날 자정께 급성후두개염이 의심되는 환자 B씨가 거제에서 응급 이송돼 왔다.

앞서 거제의 한 종합병원은 B씨에 대한 경부 CT 검사에서 심부경부 감염을 확인, 급성 후두개염이 의심돼 수술을 위해 대학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진료 당시 거제의 종합병원측은 대학병원 의료진에게 CT 영상 등 환자의 건강 상태가 기재된 진료 자료를 모두 넘겼다. 

이송 당시 환자 B씨의 체온과 맥박, 심전도는 모두 정상이었다. 의사 A씨는 이비인후과 외래진료실에서 B씨의 후두를 검사했고 급성후두개염 진단을 내렸다. 

급성 후두개염은 성대 윗부분에 있는 후두개의 감염증이다. 후두경 검사 시에는 후두 경련으로 인해 분비물이 기도로 넘어갈 위험이 있어 4~5시간 이내에 기도 폐쇄 증상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기관삽관이나 기관절개 등의 기도 확보 조치가 필요하고,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이동식 장비를 통해 검사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 A씨는 이 과정을 생략하고 기도 확보를 하지 않은 채 검사를 실시했다.

의사 A씨는 검사를 마친 뒤 환자 B씨의 보호자에게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뒤 B씨를 보호자와 함께 5분 가량 소요되는 거리의 응급실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환자 B씨는 응급실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가 악화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로선 우선 기도 확보를 위한 수술이 급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관절개술 전문 의료진이 응급실에 도착해 B씨의 기관절개술을 시행할 때까지 25분 동안 기도 확보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결국 병원 도착 3시간만에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다.

이번 재판을 통해 의사 A씨측은 "CT 검사 결과만으로 급성 후두개염인지 판단하지 못한 것과 의사 동행 없이 환자 B씨만 응급실로 보낸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 A씨가 거제의 한 종합볍원 CT 검사 결과 등을 전달받고도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B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면서 15L 용량의 산소를 공급받는 중증환자인 점을 고려했다면, 피고인은 B씨에게 기도폐쇄의 응급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후두경 검사 이후 의료진 동행 없이 B씨를 응급실로 돌려보내 심각한 호흡곤란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했다"며 "피고인이 응급 환자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부재한 상황에 뒀다"고 판시했다.

다만, "소아에 비해 성인에게 급성 후두개염으로 인한 기도폐쇄가 드물게 나타나는 점, 피고인이 사건 당시 레지던트 1년차였고 혼자 당직 근무를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응급 대처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은 재판 결과에 따라 거액의 배상책임이 뒤 따를수 있어 향후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을 여지가 커 보인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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