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욱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신도시개발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전통시장이 쇠퇴하고, 과거 활기가 넘쳤던 거리가 신도시로의 이전, 상권의 이동 등의 이유로 활기를 잃었다. 도시외곽에 개발된 신시가지는 난개발을 통한 기존도시의 고유성을 잃어버리고 모두가 똑같이 삐죽이 올라온 신도시와 비슷한 형상만 취하고 있을 뿐 주변의 녹지를 감소시키고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다양한 이유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쇠퇴한 도시에 새롭게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쇠퇴하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도시재생' 이라 말한다.

본디 도시재생은 영국에서 태동했다. 산업혁명기에 중후반대 산업 입지로 성장했던 맨체스터나 버밍엄 등이 정보기술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재빨리 정보화 산업의 입지로 변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정보화 시대의 주력인 지식근로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나 예술, 생태환경을 만들어 지역을 회생시키려고 도시재생 전략을 설계, 추진하게 됐다.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 쇠락하는 도시의 르네상스를 견인할 수 있었던 스페인의 빌바오, 항구를 중심으로 독특한 문화·예술 투자를 통한 창조적 자산을 구축해 산뜻하게 도시를 재생시킨 요코하마가 대표적인 도시라 할 수 있다.

서구의 도시재생은 주택 정비가 핵심이 되는 재건축 방식의 재개발이 아니라 주거와 산업, 문화, 복지, 환경 등 이른바 지역의 종합적 회복을 겨냥하고 있기도 하다. 그 실현 논리는 이렇다. 도시를 재생하려면 지식근로자가 중요하고 이들의 영감과 아이디어, 착상 등의 창조적 능력에 자양분이 되는 문화나 환경, 어메니티의 제공이 이들이 몸담은 산업을 연쇄적으로 창출하거나 견인하고, 그 결과 주거 및 공동체의 재생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도심의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방식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중심이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한 사업방식으로 기존주택을 전면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 주를 이뤄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분양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정작 원주민들은 개선된 보금자리를 떠나게 되는 부작용이 반복됐다. 시장에서는 땅값만 올리는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주민의 삶’을 위한 ‘도시재생’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최근 ‘도시재생 활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이어 ‘가로주택정비사업 시범지구’ 등 도시재생사업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긴 하나, 공공과 민간에서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본질을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성공한 세계의 도시재생사업은 시민들의 삶을 우선시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하는 창의적인 모습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물리·사회·문화적 특징을 기반으로 그 여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복합개발방식이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개발, 공간과 도시 재생산의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도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은 삶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성공적인 사례로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みなとみらい)21 프로젝트를 손꼽을 수 있다. 1960년대 일본의 도시화로 도쿄의 인구가 대거 요코하마로 유입되어 도시가 급속하게 팽창했지만 ‘도쿄의 위성도시’ 혹은 ‘베드타운’ 정도의 인식만 있었을 뿐, 점차 쇠퇴하고 낙후되자 요코하마만의 차별화된 정체성확립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다.

▲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지구 전경. 70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 아래로 1910년대에 지어진 붉은색 벽돌의 '아카렌카 창고'가 있다.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는 요코하마를 국제적인 항구로 만들기 위한 계획으로아직까지 청사진을 완성시켜나가고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도시의 경쟁력을 높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아카렌카 창고(붉은 벽돌창고)는 요코하마항의 대표적인 건물로 1911년 건축되어 항구의 화물창고로 이용되다가 지진에 취약한 벽돌구조물을 보완해 외형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기능만 상업시설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과거 화물창고의 향수와 독특한 복고적인 분위기로 인해 한해 30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도시재생은 물리적 측면이 강조됐기 때문에 양적인 확대에만 치우쳐 온 게 사실이다. 보다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선진 도시재생 사례를 통해 개념과 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공적으로는 제도적 가이드와 규제완화, 인센티브제도 등의 지원책을 통해 공공과 민간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도시재생. 지속가능하고 시민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재생을 이곳 거제에서 기대한다.

경남도민신문 이상욱 기자  lsw3032@naver.com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