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말 많던 소위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왔다. 결국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 모(28·여)씨와 이 모(38)씨, 그리고 일반인 이 모(42)씨 등 3명을 국가정보원법위반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에 관여만 했을뿐 선거운동을 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정원 직원의 상관인 심리정보국장에게도 국정원법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장이나 그 윗선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특성과 비협조 때문에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게 만만한(?)경찰의 설명이다.

여하튼 이번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국가안위의 첨병인 국정원이 그동안 지나친 정치개입으로 간판까지 바꿔 달며 변화를 시도해 왔지만 아직도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단정적으로 보여주는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제 실체 규명의 몫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벌써부터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려 결사적인 반전(反轉)의 기회로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원세훈 前국정원장 사건'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만큼, 이 사건과 함께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정치) 개입 여부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드러날지 더욱 관심을 끌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정원은 일종의 피의자인 셈이니 검찰수사나 재판을 통하여 엄정한 심판은 피할수 없을 테지만,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의 망신살은 정말 보기에 민망하다.

새로 들어선 정부를 휘어 잡을듯 마구 떠들다가 요즘은 아주 잠잠한 '춘천 별장 성접대 사건'과 함께 ‘국정원 여직원 사건’ 수사에서 보여준 패착은 국민적 시각에서 경찰을 한 20년쯤 후퇴시켜 버린 것 같다.

미심쩍어 하던 차에,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지휘하다가 중도에 교체된 사법고시 출신 여경 前수사과장은 당시 경찰수뇌부가 수사과정에 부당하게 개입, 압력을 행사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수사를 마무리 못했다"느니, "검찰과 합동수사"가 어쩌니 해 본들 지금은 어떤 결과를 내놔도 신뢰는 이미 물 건너 갔다.

이같은 경찰의 패착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일수록 정권이 바뀔때마다 그 부침(浮沈) 역시 심하다. 법의 최일선 집행자로서 10만이 넘는 식솔을 거느린 경찰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경무관 이상 경찰고위직들은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그들의 생사 여탈권이 달려 있다. 정권실세와 온갖 구실로 줄과 연(緣)을 대 다행히 살아 남으면 한자리 꿰차고 미운털이 박혀 찍히면 그냥 집에 가는 것이다.

빼 놓을 수없는 또 한가지. 순경부터 시작했건, 엘리트 코스를 밞았건, 수사(搜査)업무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고위직들이 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해 전체를 망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사건 수사에서 지극히 출세(정치)지향적인 고위직들의 보이지 않은 개입과 압력은 종종 수사가 엉뚱한 종국(終局)으로 치달았던 사례를 부인키 어렵다.

대통령후보 3차 TV토론이 끝난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국정원 여직원이 "혐의없다"고, (아무리 수사해 봐야)"결과가 뒤바뀔 일은 없다"고 전 국민 앞에 큰 소리친 당시 경찰지휘부의 자충수는 그래서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일선 수사책임자들의 판단에 맡겨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면 될 텐데 왜 난데없이 끼어들어 경찰을 더욱 치욕스럽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들이 현직에 있든 경찰을 떠났든, 국민 앞에 그 진실을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그들을 그대로 둔다면 수사권(搜査權)은 커녕, 영원히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굴레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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