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 경감은 거제시민의 민의(民意)를 왜곡한 일대 폭거다.

그동안 ‘갑’의 횡포에 짓눌려 왔던 ‘을’의 울분이 나라 전체에 들끓고 있는 마당에 명분없는 '거래'로 ‘갑’편에 선 거제시의 태도는 후안무치 그 자체다.

‘갑’의 편이 된 이유를 이토록 당당하게 궤변 늘어놓는 지자체가 이 나라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계약심의위원회에서는 4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열띤 토론과 오랜 고심 끝에, 사회정의 차원에서는 일벌백계가 마땅하나, 당시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제한처분 이후 부당이득금을 전액상환한 점, 준공 이후 하자발생이 없었던 점, 제한처분시 협력업체 도산가능성 등 국가경제 및 지역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였고 지역 사회발전과 시민 복리증진을 위해 '현산'이 자진참여를 약속해 옴을 감안하는 등 우리 시의 실익적 측면에서 판단한 결과 경감조치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이런 사고를 가진 공무원들이 거제시정을 이끌고 있다는 현실에 눈과 귀를 닫고 싶을 정도다.

이건 행정처분 경감에 대한 변명이 아니다. 암울했던 시대에 부패한 권력과 부도덕한 재벌의 손을 들어주며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늘어놓던 그 비겁한 판결문보다 더 요상하다. 이런 판국에 새삼 경감처분의 법적, 행정적 하자를 설명해 본들 부질없어 보인다.

거제시 관계공무원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비리에 합당한 행정처분에 대해 억울하다고 소송까지 벌이며 거제시민을 협박하다 못해 이젠 아주 똥으로 보는 작태까지 벌이는 재벌기업의 편에서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대법 판결을 코 앞에 남겨둔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승소하든 결국은 순리대로 이루어질 상황에서 왜 굳이 ‘부정당업자’와 ‘돈’거래를 하는가. ‘공익환원’이라는 허무맹랑한 이름의 50억원 남짓한 돈을 받아 어디에다, 무엇에다 쓸려고 그렇게 목을 매는가 말이다.

'민원 재심의 자문위원회'니 '자문회의'니 하는 유령같은 기구는 또 뭐란 말인가. 언제부터 거제시가 이런 듣도 보지도 못한 기구를 만들어 민원을 처리해 왔단 말인가.

만약 당시 비리가 수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혈세 수십억원은 어디로 갔겠는가. 잘못을 인정하고 준공 이후 하자발생이 없었다고? 그 난리를 치고 공사가 지연돼 손해가 발생하고 관리감독을 잘못해 비리를 방치했다는 온갖 비난으로 거제시의 명예가 먹칠 당했는데도 어떻게 그 따위 말이 입에서 나오는가.

또 국가 및 지역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고? 그런 논리대로 라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중인 기업비리 수사는 모두 중단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 협력업체 도산가능성? 정말 좋아하시네다. 그런 ‘현산’은 수사 당시 비리행위가 들통나자 왜 하청(협력)업체의 잘못으로 발뺌하다가 모조리 구속 됐는가.

하기야, 이 정도 반발이나 정치적 부담쯤은 이미 예상했다니 분명 시민을 핫바지로 본 게 틀림없다.

우리는 ‘현산’에 대한 감경처분을 다시 ‘재심의’ 할 것을 요구한다. 못할게 전혀 없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논리대로 라면 ‘재심의’, ‘삼심의’를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1개월 행정처분을 취소하고 감경처분의 댓가로 ‘현산’이 취하한 대법 소송도 다시 계속하면 된다.

어려운 근무 환경속에서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의 명예와 사기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불러온 핵심세력(?)들이 직접 나서서 시민들에게 해명하길 바란다.

그렇치 않으면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제2, 제3의 '현산사태'를 불러와 결국은 걷잡을 수 없이 큰 화를 자초할 뿐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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