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자리에 가면 일명 '마티즈'사건이 단연 화제거리다.

남자들은 마치 수사관인양 당사자들의 주변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 놓는가 하면, 여자들은 민망해 하면서도 남자의 특정 신체부위가 어쩌니 저쩌니 맞장구를 쳐 대는게 여간 꼴불견이 아니다.

행위 당사자들의 도덕불감증은 더 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없을 듯 싶다. 다만,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자리마다 옮겨 다니며 입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지난 9일 거제경찰서는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몰래 찍어 카카오톡에 유포한 혐의로 상근예비역 이모(22·상병)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지난 4일 거제시 고현동 도심에 주차된 마티즈 안에서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자,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카카오톡으로 20여명의 지인에게 전달했다.

이씨가 지인들에게 유포한 영상은 '거제 마티즈'라는 이름으로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고 이후 무차별적인 '신상털기'가 이어졌다. 결국 동영상 속 남성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수사착수 4일만에 최초 유포자인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에게는 '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 위반죄'(카메라등 이용 촬영)가 적용돼 소속 헌병대에 넘겨졌고, 이씨로부터 영상을 받은 20여명도 음란물유포죄로 별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은밀한 동영상'이 확산되고,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이어지면서 엉뚱한 피해자가 속출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이같은 현상이 잦아들기는 커녕, '마티즈' 차량 주인의 인적사항과 동영상 속 남녀의 직업, 학연, 주변 인물 등에 대한 근거없는 신상털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퍼진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가 퍼질 경우 동명이인이나 비슷한 신상정보를 갖고 있는 제3자가 피해를 당하기 일쑤다. 익히 알듯 그 결과는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물론,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수 있다.

경찰 수사관계자는 "행위 당사자 보다 SNS 등을 통해 동영상을 유포하고, 근거없는 신상털기로 제2, 제3의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행위가 더 나쁘다. 절대로 방치할 수 없다. 최대한의 수사역량을 가동해 관련사범을 모조리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며 벼르는 것도 그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상의 신상 털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와 제공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 형법 제307조에 따라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돼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야박하다지만,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될 도덕적 가치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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