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6일 설평국(63) 초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사장이 4대강 건설비리(입찰방해 및 건설산업기본법위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지난 2009년 현대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 재직 당시, 함께 구속된 삼성물산과 GS건설, SK건설 임원들과 4대강 사업의 1차 턴키 공사에 참여해 지분율 담합과 입찰가격을 조작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말도 탈도 많았던 설 사장의 갑작스런 구속은 개발공사의 실질적 지배권자인 거제시에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그의 영입경위와 경영능력에 대한 억측과 비난을 잠재우기는 커녕, 이제 변명할 기회조차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거제시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셈이다. 지분 100%를 가진 시는 120여명의 대가족을 이끄는 공사 경영진을 제대로 뽑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감독 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상임이사 인선 과정에서 보여준 석연찮은 의혹과 잦은 파열음은 물론, 매끄럽지 못한 처신과 구설수로 최근 전원 교체된 비상임이사진 파동의 1차적 책임은 거제시에 있다.

더구나 현행 공사 운영규정을 따져봐도 구속된 설 사장에 대해 조치할 방법이 딱히 없는 모양이다. 거제시의 명예 실추와 함께 공사운영이 파행을 거듭하고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설 사장 개인의 입장 표명과 법원 판결만 속수무책(束手無策) 기대하는 꼴을 자초(自招)했다.

이를 두고 한 시의원은 "설 사장 부임 이후 해양관광개발공사가 제대로 한게 뭐가 있느냐? 계속 따져도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기다린 꼴이 결국 이거냐? 비리 저지른 대기업 임원 데려와 20개월간 시민 혈세만 고스란히 날린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고 맹비난 했다.

설 사장의 태도 또한 공기업 책임자로서 너무 뻔뻔스럽다. 그는 임명된 후 줄곧 이렇다할 경영실적은 고사하고, 도대체 뭣하러, 왜 사장으로 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명색이 전문경영인로써 이런 평판은 듣는다는 건 자신을 영입한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 거제시민에게 결코 도리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삽질전문'인 그를 해양관광개발공사 사장 자리에 앉힌 자체가 패착(敗着)이었다고 진단한다.

그의 연봉은 수당을 제외하고 2012년도 공사 전체 순이익(6,482만원)보다 많은 6,800만원이다. 고액의 봉급을 받아도 거제에서 열심히 일하다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면 그나마 동정이라도 받을 것이다. 거제와 아무 상관없는 대기업 임원으로 호사(豪奢)를 누리던 때의 비리로 구속됐으니 시민들은 더욱 분통이 터진다.

구속 당시 일찌감치 사과하고 깨끗히 물러나야 했다. 그게 자신을 천거해 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다. 최근까지도 이렇다 할 사과 한마디없이 계속 버티는 모습은 낯짝 두껍다고 밖에 볼수 없다. 혹 재판 결과에 따른 퇴직금 욕심이라도 있다면 이는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처신이다.

공사 직원들과 거제시민들께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지금 당장 대(對)시민 사과와 함께 직(職)을 스스로 내려놓기 바란다.
(일부수정 10.14 10:00 : 공사 운영규정에 따라 설 사장 구속 이후 봉급은 지급되지 않는다고 알려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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