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지역언론 전성시대'인것일까. 취재 현장을 뛰는 기자 수보다 언론사가 더 많을 정도니 자괴감을 넘어 낯이 뜨거워진다"

지난해 11월 지역신문사에 몸담고 있는 한 젊은 편집인이 '지역언론 공해시대'라는 제목으로 쓴 '데스크의 눈' 한 구절이다. 지역언론 난립 현상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 같다.

필자 역시 종종 "거제에 무슨 언론사가 그리 많느냐. 혼란스럽다"는 말을 듣는다. 언론경력은 일천해도 같은 밥을 먹으니 무슨 명쾌한 대답이라도 나올까 싶어 물어 보겠지만 딱히 할말이 없다. 그동안 대답이라고 몇번 했던 게 너무 진부해서 이젠 입을 닫아 버렸다.

여하튼 거제에 언론사가 많기는 많다. 인터넷신문이 13개사, 주간신문이 4개사, 일간지로 자처하는 신문이 2개사 등 모두 19개사가 있다. 거제와 비슷한 인구를 가진 전남 목포시에 7개 언론사가 있으니 ‘기자 수보다 많은 언론사’라는 비유가 꼭 들어맞는 셈이다.

언론사 많으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먼저 "뭘 먹고 사느냐"가 궁금하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언론기금을 보조받는 극히 일부 신문을 빼곤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의 '밥'은 지대(紙代)와 광고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거제의 광고시장이 넉넉하거나 풍부하지도 않다. 한때 대형 조선사와 협력업체들이 기자들의 ‘밥줄’이었지만 요즘은 어림도 없다. 결국 편집과 영업이 따로 일수 없는 영세신문사들은 존립을 위해 언론의 기본적 존재가치에 소홀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 탓에 간간히 시덥지 않은 일에 연루돼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별별 이유가 있겠지만, 대개 ‘사이비’ 짓거리를 하다가 잡혀 가고,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나, 뉴스 어뷰징(Abusing) 행위, 의도적 선정적 보도의 저변에는 이같은 원인, 즉 어떤 종류의 언론 '밥'을 먹느냐는 본질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또 있다. ‘펜’을 쓰는데 사용치 않고 ‘휘두르는’데만 익숙한 행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함량미달’의 처신을 하고, 스스로 언론을 개인적 이익 추구나 완장을 꿰차기 위한 수단쯤으로 전락시켜 놓고도 정작 부끄러워 할줄 모른다.

‘건전한 비판’과 ‘정보와 대안 제시’라는 언론의 영역을 벗어나 부질없는 헤게모니에 집착하고, 비판과 견제로 교묘히 위장한 채 쓸데없는 간섭과 얄팍한 지식을 앞세워 점차 토호세력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언론사가 많다고 해서 스스로 문을 닫거나,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강제로 통·폐합 하지 않는 한 이제 별 도리가 없다.

언론사가 많으면 독자들이 선택할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다. 점빵 문만 열어놓고 매일 앵무새같은 보도자료나 받아서는 ‘무늬만 신문’이 있는가 하면, 발로 열심히 뛴 기자들의 땀이 배인 기사를 깔끔하게 내놓는 신문도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어디가 ‘진짜’ 언론인지, 왜 그 신문을 독자들이 자주 찾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언론사는 또 생길 것이다. 당분간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지역언론의 양적(量的) 팽창은 이쯤에서 멈추고 이제 질적 성장에 눈을 돌려야 할때다. 시민들에게 유익함보다 피곤과 고통을 주는 언론이라면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걸 솎아 내는 건 오로지 냉철한 독자들의 이성이다. 물론 그 대상에서 필자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젊은 후배기자들의 낯이 더 뜨거워지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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