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권정당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 분당 사태 여파가 거제지역 야권을 흔들고 있다.

먼저 당사자인 (구)새정치민주연합 거제지역위원회부터 균열이 생겼다. 안철수계 경남지역 책임자인 A(57)씨가 지난 18일께 탈당을 결행했다. A씨는 대표적인 안철수계 지역인사다.

거제지역위원회는 친노(문재인)와 안철수계, 정동영계와 구 민주계 및 진보당과 민노당 출신이 뒤섞여 있다.

A씨측은 지역정치인 및 전 농민단체 대표, 예술인 등 수십명이 동조 탈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지역위원회 핵심당료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으나, ‘친노’를 제외한 상당수 지지세력이 A씨를 따라 탈당대열에 합류 할 경우 지역 제1야당의 위상마저 위태로워 보인다.

A씨는 “탈당계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점을 참작해 달라”면서도 앞으로 자신이 맡을 경남도당이나 거제지역 조직을 세력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A씨는 안철수측이 마련한 ‘끝장토론’에 참석차 지난 주 서울을 다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현역인 같은 당 소속 시의원들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중앙에서 진행되는 상황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인인 현역 시의원 B씨는 “정치적인 입장이 남편과 꼭 같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다만, 현재 도당이나 지역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섣불리 탈당을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가장 난감한 건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나선 총선주자. ‘당명’이 갑자기 바꿔는 등 잡다한 일거리가 늘어난 건 둘째치고, 연일 파행을 거듭하는 선거구 획정 협상마저 불확실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를 바라보는 지역 야권인사를 비롯한 일부 원로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못해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야권 총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지명도 면에서 여권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데는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야권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결과에 따라서는 지역 야권의 앞날마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정치를 떠난지 오래됐다는 한 70대 야권원로는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똘똘 뭉쳐도 어려운 판국에 지들만 살겠다고 저 짓거리를 해대니 수권정당은 커녕, 표를 얻는 동냥 그릇이나 제대로 간수할지 모르겠다”고 격분했다.

지방선거 출마경력이 있는 한 인사는 "할말이 없고 답답하다. 좀 삐걱대긴 했지만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런식으로 가면 거제는 다 끝난거란 말도 나오는 데..."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췄다.

하지만 정통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때 동지였던 일부 탈당파들을 자기세력을 끌어 올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

한 진보인사는 “원래 그곳(당)은 우리 동지들이 머물 곳이 아니었다. 그동안 구심점이 흔들리다보니 뿔뿔이 흩어졌는데 이번 '더불어민주당' 탈당사태는 확실히 우리세력을 규합할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거제지역은 이번 기회에 진보 단일후보를 먼저 이루고 야권통합 후보로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는게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지역 여권은 총선 승리를 장담하며 비교적 여유롭지만,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여권의 한 당협위원은 “야권주자가 비중있는 인물이 나오면 우리당에서도 공천경쟁이야 치열하겠지만 꼭 이길수 있는 후보를 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지역야권의 형편이 저러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생각에 우리당 후보들이 지난 지방선거처럼 예선전부터 서로 모함하고 물고 뜯는 진흙탕 싸움으로 갈 것 같아 내심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총선을 100여일 앞둔 시점에 불거져 나온 제1야당의 예기치 못한 분당사태가 거제지역 총선 구도에도 어떤식으로 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유권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수정>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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