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1일 0시를 기해 전국 246개 선거구는 법적으로 무효가 되고 말았다. 800명에 가까운 예비후보들 역시 법적 자격을 잃게 됐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인구편차를 2대1로 바꾸도록 결정하면서 지난해 말까지 입법시한을 정했다. 하지만 국회는 1년이 넘도록 밥그릇 싸움만 벌이다 대한민국에서 선거구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보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6월 19일 개정된 공직선거법 부칙에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획정안을 선거일 전 6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구 공직선거법을 따르도록 했다. 그런데도 첫 번째 선거구 획정 시한인 선거 6개월전 지난해 10월 13일과 두번째 시한인 11월 13일도 지키지 않아 입법기관 스스로 법을 어겼다.

다급한 국회의장은 임시국회 종료일인 오는 8일을 심사기일로 정해 선거구 획정안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첩첩산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예비후보가 명함을 돌리거나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의 일부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편법에 불과할 뿐이다.

예비후보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극에 달했다. 선거구가 사라져도 의정활동 명목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역의원에 비해, 공보물 우편발송과 후원회 운영 등이 금지되면서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은 사실상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모 예비후보는 지난 달 31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 국회의장을 비롯한 제19대 국회의원 전원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고발장 접수에 앞서 그는 “새해 1월 8일까지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선거구가 획정된다해도 일주일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면서 "국민의 선거권과 예비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8일간의 혼돈사태를 야기시킨 것은 국회의장과 299명 국회의원 전원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야 국회의원은 의정보고라는 명분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선거관리위원회도 편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예비후보자를 묵인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라고 싸잡아 지적했다.

한편, 거제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예비후보자들은 정치권의 동향을 관망하며 겉으론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으나, 일부는 불쾌한 반응을 드러내며 현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현동에 사무실을 내고 출마를 준비중인 한 예비후보는 "이게 갑질이 아니고 뭐냐. 선거구가 없어져도 아쉬울 게 없는 현역의원들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입법도 국회의 의무지만 준법 역시 국회의 의무다.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 그만하고 이런 상황을 초래한 여야 지도부는 총사퇴해야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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