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민, 당국의 일회성 처방과 회사 안전불감증 한목소리 질타…"원인 규명, 강력한 문책과 처벌 뒤 따라야"

지난 9일 오후 9시 33분께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건조선박에서 또 불이 났다. 

이날 불은 진수를 끝내고 E-4안벽에서 마무리 작업중인 공정율 90%의 8만4천톤급 LPG 선박 선수쪽 1번 탱크에서 발생 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작업을 마치고 퇴근한 이후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탱크 1기를 완전히 태워 소방서 추산 약 31억6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불이 나자 거제소방서(서장 김용식)는 대응1단계를 발령,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원 등 200여명과 차량 22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며, 2시간만이 오후 11시 23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해경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선박은 화재 당일 오전 8시30분께부터 오후 7시 까지 20여명의 근로자가 내부작업을 하였으나 화기를 사용한 작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영해경은 10일 오전 화재선박에서 거제소방서, 대우조선해양 자체조사팀등과 합동 화재현장 감식을 실시한데 이어, 11일 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ㆍ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등과 추가로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CCTV 자료 및 목격자, 당시 현장작업자 등 관계자를 상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화재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현장에는 이갑규 경남도 소방본부장이 불이 난 선박 갑판위에 구멍을 뚫게 하는 등 화재 진압을 총괄 지휘하고 소방관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화재는 비록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5개월 동안 3번이나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고 조선소'란 오명에 대해 할말이 없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도 이번에 불이 난 선박과 동급의 액화천연가스(LPG) 건조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4명이 숨지고 모두 14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도 지난 해 경남에서 화재로 인해 발생한 전체 피해액의 절반인 190억원을 상회 할 정도로 막대 했다.

당시 노동부는 화재가 발생한 이후 두차례에 걸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특히 지난 11월 화재 직후 조건부 작업중지를 내렸으나 대우조선측에서 화재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사항 이행방안을 제때 제출하지 않아 작업중지 기간이 연장된 바 있다.

결국 이번 화재 역시 비슷한 크기의 건조중인 LPG 선박에서 불이 난 점으로 보아, 그동안 노동당국이 화재사고 때마다 대우조선해양에 내린 작업중지 명령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했던 셈이다.

물론, 회사 경영진을 포함한 임원들 역시 일시적인 방편이나 책임 회피식으로 대응하는 태도가 연속적인 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이러다보니 근로자들 사이에는 "사고가 나면 현장에서 죽고 다치는 건 협력업체 직원들 뿐이니 직영직원들을 투입시키지 않는 한 도저히 고칠수 없는 병"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 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지난 7월에도 정원을 초과한 통근버스가 퇴근길 근로자 61명을 태우고 국도를 달리다 거제시 사등면 사곡굴다리 부근에서 5m 아래로 전복해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5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런데도 지난 해 12월 대우조선해양 통근버스에 대해 당국이 불시 단속에 나서 또다시 정원 초과행위가 적발돼 시민들로부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화재 소식을 접한 이 회사 퇴직간부 A(64)씨는“대우조선해양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증거”라면서 “수조원대 적자논란에도 전임 경영진들이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도 회사가 왜 저 지경이 됐는지 짐작하는데, 정작 회사내부에서는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질책했다.

그는 또, “사고가 발생하면 근본대책을 세워 재발을 막겠다는 노력은 커녕, 늘 당국의 약발없는 처방과 회사의 일회성 대책, 즉 언론에 비난기사가 나오지 않게 막는데 급급한 면피성 대책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안되는 것”이라고 그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부실 경영책임도 끝까지 파헤쳐 혈세를 쏟아부은 댓가를 치러야 함은 물론, 이번 기회에 연속적인 사고원인도 철저히 조사해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고는 또 일어나고 불쌍한 협력사 근로자들의 아까운 목숨만 계속 희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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