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념하고 명예회복을 위해 세운 거제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 2주년 기념행사가 17일 오후 2시 장승포동 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열렸다.

이번 기념식은 특히 위안부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간 합의에 당사자인 피해 할머니는 물론 국민적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궂은 날씨에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사업 실무를 총괄했던 거제여성회를 비롯해 건립위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 일반시민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는 10여명의 시민단체와 건립위원 대표만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됐던 것과 달리, 때가 때인만큼 시민들의 관심이나 참가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이날 기념식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념하는 묵념, 한일 '위안부'문제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 낭독, 시민발언, 헌화의 순서로 진행됐다.

추모상건립위원회(상임대표 박명옥 전 거제여성회 대표)는 성명을 통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간 합의가 인권문제를 몇푼의 돈과 바꾼 굴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절차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위안부 합의는 원천 무효"라며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생존 피해자와 관련단체, 시민사회와 그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합의됐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정부가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민간의 자발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이전까지 거론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없는 주권침해"라며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일본정부의 전쟁범죄 인정 △번복할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사죄 및 법적배상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역사교과서 기록 등의 조치를 시민사회와 함께 요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유발언에 나선 허철수(옥포성당 주임신부) 거제경실련 대표는 "이번 한일외교장관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존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25년간 수요집회를 이어 오고 있는 피해자들과 소녀상 건립에 동참한 시민들의 뜻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 시민에 의해 '평화의 소녀상'에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가 씌여져 눈길을 끈 가운데, 참석한 시민들 모두가 헌화하는 것으로 기념식이 마무리 됐다.

한편, 거제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4년 1월 17일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 건립됐다. 시민성금 3천만원과 거제시 보조금 1천만원 등 총 4천만원이 들었다. 국내에서는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통영의 ‘정의비’에 이어 세 번째로 건립됐다. 부지는 거제시가 제공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가 제작과 설치를 맡았고, 현재까지 세워진 관련 동상 중에서 유일하게 서있는 모습인데다, 일본 대마도를 바라보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제막식에는 국내 최고령 생존자인 통영 김복득 할머니가 아픈 몸을 이끌고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상임대표와 함께 참석해 시민들을 숙연하게 했다.<수정>

<사진=뉴스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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