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지난 4.13총선 패인을 분석한 백서를 발간한 모양이다. 진정 반성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게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은 일단 그럴싸해 보인다.

백서는 새누리당 패인으로 계파 갈등에 따른 공천 잡음, 불통, 자만, 무능, 공감 부재, 진정성 부재, 선거구도 등을 지목했다.

우선, “대통령은 자신을 따르는 친박과 따르지 않는 비박의 한가운데서 계파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른바 ‘배신의 정치’에 대한 지적도 제대로 짚은 것 같다.

당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은 국민들에게 불통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 이후 소위 친박과 비박 간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공천과 총선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또 공천관리위원장이 자의적 공천기준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사실상 밀실공천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준 점도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당 대표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되면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오만한 발언도 자충수였다.

한 술 더떠 “180석 가능” “과반 확실시” 등 시건방진 발언도 유권자들을 확실하게 등 돌리게 만들었다. 그 외 ‘막말 파문’ '대표 잠적' 등 참패 원인을 따져보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책임자가 누구며, 누가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백서에는 친박과 비박, 청와대 중 어느 쪽에도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구체적인 인적 책임론이나 결론을 내리지 않을 바에야 백서는 왜 발간하나?

진정성 없는 반성은 하나마나다. 그나마 집필진을 비공개로 했으니 이 정도 수준이다. 이러니 역시 새누리당 답다는 말이 나온다.

집권여당으로 총선 참패가 부끄럽기는 한데 가만있기는 뭐하고, 책임을 따질려니 청와대 눈치 보인다는 게 솔직한 속내 일게다.

어떻든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왜 패했는지 다 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앞으로 국민 앞에 얼마나 진정하게 반성했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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