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매현장 : 자료사진>

정부의 쌀 우선지급금 차액 환수 결정을 놓고 농민단체가 납부 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대납요구를 받은 지역농협의 반발과 함께, 지자체까지 불만을 드러내는 등 곳곳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는 최근 일선 지자체에 하달한 ‘2016년 공공비축미·시장격리곡 우선지급금 환수 실시’ 공문을 통해 농민들에게 197억원을 거둬들일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산지 쌀값의 93% 수준인 4만5000원(벼 1등급 40㎏ 기준)을 우선지급금으로 수매농민들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쌀값이 폭락하면서 실제 매입가격은 4만4140원으로 확정돼 농민들은 1포대당 850원의 차액을 올 연말까지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 지시를 받은 각 지자체는 강제적으로 환수하지 않겠다고 하나, 환수금을 내지 않는 농가를 올해 공공비축 수매 배정에서 제외하고 지자체별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문을 통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쌀값 폭락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자체와 농협은 정부의 잘못된 환수업무를 거부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와 농협이 정부의 정책에 동조해 환수업무를 대행하거나 각종 사업과 연계해 대납을 결정한다면 농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규탄집회를 벌이고 있다.

농협측도 불만은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수급 예측을 못해 쌀값이 폭락했는데 어려운 일선 농협의 재정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또 다시 차액 대납까지 부담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입장이다.

지자체 역시 정부 지시를 마뜩잖게 않게 여기고 있다. 거제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당초 1월중에 환수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보류했다. 설 대목을 목전에 두고 괜히 농민들의 심기를 건드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인근 통영, 고성 등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일단 지역농협에 대납을 요구해놓고 반응을 살피는 가 하면, 각 지자체 끼리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서로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한편, 거제시는 지난 3일 하달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시 공문을 토대로 10개 지역농협에 협조공문을 보냈다. 거제시가 환수해야 할 차액은 총 76764포대 66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수금액도 각 농협별로 천차만별이다. 환수액이 2천만원대에 달하는 소규모 지역농협이 있는가 하면, 수매량이 고작 몇 포대에 불과한 농협도 있다.

거제농협 23000포대 1950만원, 동남부농협 20000포대 1700만원, 둔덕농협 13290포대 1120만원으로 주로 농촌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농협은 1천만원대가 넘는 거액을 환수해야 할 처지다.

또 연초농협은 7591포대 645만원, 사등농협 6679포대 570만원, 하청농협 3424포대 300만원, 신현농협 4799포대 400여만원, 장목농협 4022포대 340여만원인 반면, 장승포농협 90포대, 일운농협은 10포대에 불과하다보니 농협 간에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한 농촌지역 농협 수매업무 관계자는 "수매대행을 하면서도 온갖 고생했는데 또 거액을 대납까지 하라니 기가 찰 지경이다"면서, "도대체 행정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거제면에 거주하는 한 농민(71)은 “미리 받은 돈을 안써고 가만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안그래도 쌀값 폭락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수십만원을 내놔야 하니 이게 날벼락이 아니고 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농업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은 정부의 쌀 정책 실패다. 이로 인해 애꿎은 농민과 지역농협, 지자체 간의 갈등과 불만이 날로 커져가는데도 정부는 일선에 공문만 보내놓고고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게 바로 요즘 우리 정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벼 수확을 앞둔 사등면 두동마을 들녁 : 자료사진>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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