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대권 후보들의 행보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 노조 및 회사 관계자와 잇달아 간담회를 갖고 조선산업 위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대우조선해양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가장 먼저 노동조합을 방문, 홍성태 위원장 등 노조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려는 노조의 노력을 제가 잘 안다"면서, "그동안 정부 당국의 크고 작은 여러가지 정책적 잘못이라든지 적폐, 이런 것도 이 기회에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저는 지금 아무런 직책이 없는 사람이니 여러분한테 약속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혹시 제게 기회가 온다면 제가 해 낼수 있겠다"고 말해 대권을 거머 쥔다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려는 방안이 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했다.

이어, 대우조선협력사협의회(회장 김영보) 관계자들을 만나 "제가 전 세계 지도자들과 네트워크가 많다. 이런 걸 활용해 정상외교를 펼쳐 침체에 빠진 조선산업의 활로를 뚫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군함 발주를 얘기하는데, 꼭 우리 군에서 쓰는 것도 있겠지만, 군함을 건조할 수 없는 나라도 많다. 필요한 데 제작을 못 하는 나라들"이라며, "그런 나라들에 대해선 외교를 통해서, 정상외교를 통해 얼마든지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반 전 총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 조욱성 회사 총괄 부사장 등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야드를 돌아보기도 했다.

반 전 총장 일행은 이후 옥포동 행운식당에서 거제 반씨 종친들과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는 반대식 시의회의장을 비롯해 거제 반씨 종친 30여명과 반 전 총장 지지모임인 인망(人望)포럼 거제지역 관계자들이 미리 와 반 전 총장을 반갑게 맞았다.

반 전 총장은 식당에 들어 가기 전 입구에서 기다리던 초등생 4∼5명에게 직접 허리를 숙이고 사인을 해 주기도 했다.

종친 및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후, 점심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종친들의 환대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힘을 합치면 불가능이란 없다. 세계 속의 거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후 꼭 거제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김한표 의원은 반 전 총장을 일정 내내 동행 해 향후 정치적 행보를 가늠케 했고, 면·동 순방중이던 권민호 시장은 오찬장에서 반 전 총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점심을 마친 반 전 총장 일행은 이날 오후 부산으로 이동해 유엔기념공원과 자갈치 시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오전 10시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하는 길에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반 전 총장측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찾아뵙고 인사 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용기를 갖고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첫 지역일정으로 거제와 부산을 찾은 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거제는 문 전 대표의 출생지이고, 부산은 문 전 대표의 정치적 텃밭이다.

특히 12일 귀국 이후 고향방문을 제외하고 첫 방문지로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경제문제 챙기기에 나섬으로써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일요일인 지난 1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찾았다. 박 시장은 앞서, 오전에는 고향인 창녕을 찾아 부모 선영을 참배하고 지지자들과 화왕산을 등산했다.

박 시장은 오후 6시께 대우조선해양에 도착해 미리 와 있던 권민호 거제시장과 인사를 나누었고 회사 관계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격려했다. 이어 박 시장 일행은 대우조선해양 홍보관에 들러 회사 현황을 듣고 20여 분간 야드를 돌아보기도 했다.

저녁 무렵 옥포 애드미럴호텔 부근 한 까페로 자리를 옮긴 박 시장은 거제‧고성‧통영 하청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들은 후, 오후 8시께 서울로 향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