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되는 두 권력자. 2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 돼 구치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방패가 뚫렸다.

'왕실장' 김기춘(79)과 '박의 여자' 조윤선(51)이 21일 새벽 나란히 감방으로 갔다. 두 사람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날 오전 3시 50분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 밉보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상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조 장관은 이를 주도·관리하면서 실행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위증)를 각각 받고 있다.

앞서 특검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를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됐고, 이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위배되는 중대한 범죄"라고 단정했다.

두 사람에 대한 범죄사실은,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구속된 전·현직 정부 고위공직자는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정관주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이어 5명으로 늘어났다.

김 전 실장은 거제 장목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25세에 검사가 된 후 6명의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3선 국회의원 등 권력 요직을 섭렵했다. 평소 그가 자랑스러워 했다는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의 법치 옹호자로 통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70대 중반 나이에도 '왕실장'으로 여전히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청문회장에서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다 법조계 후배인 야당 의원들에게 '법꾸라지(법+미꾸라지)'라는 수모를 당했다.

냉철하고 총명하던 그도 팔순을 지척에 둔 나이에 평소 즐겨써던 '국기를 문란하고,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결국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른바 '50년 권력 빨대'의 종말은 그가 대(代)를 이어 떠받들던 박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들과 공범이 돼 앞날을 가늠할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이와 함께, 김앤장 변호사 출신으로 '박의 여자'로 불리며 여성가족부장관, 정무수석, 문체부장관으로 거침없이 승승장구 하던 '스타 장관' 조윤선도, '사상 첫 현직 장관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권좌에서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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