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가 20일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선 본선에 나가더라도 보궐선거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혀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내가 대통령 본선에 나가더라도 보궐선거는 없으니까 보궐선거를 노리는 꾼들은 헛꿈 꾸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 직무에 충실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는 앞서,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본 선거 후보 등록까지는 시간이 있어 도정을 안정시킨 후 제반 문제점을 고려해 사퇴시점을 정하겠다"면서 "미리 공지해야 지역정가의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홍 지사가 최근 도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될 경우 지사직 사퇴를 밝히면서도 “보궐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비춰졌으나 이날 발언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홍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보궐선거를 하면 200억원 이상의 돈이 들게 된다”며 “기초자치단체장 중에서 도지사에 나올 사람이 사퇴하고 또 그 자리에 들어갈 사람이 사퇴하고, 그렇게 줄사퇴가 나와 쓸데없는 선거비용을 수백억원 더 부담하게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권민호 거제시장 등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또 “보궐선거 실시사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퇴시점을 조절해서 사퇴할 것이라고 한달 전부터 이야기했는데도 보궐선거를 노리는 꾼들이 보궐선거를 만들려고 한다”며 “보궐선거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에 따르면 공무원이 보궐선거 등에 입후보할 경우 선거일 전 3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또 제35조(보궐선거 등의 선거일)에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는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사유 통지를 받은 날이 보궐선거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라고 규정 돼 있다.

이와 함께 제203조(동시선거의 범위와 선거일)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연도에는 대통령선거의 선거일 전 30일까지 실시사유가 확정된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선거의 선거일에 동시 실시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법 규정에 따라 홍 지사는 다음달 9일 자정까지 지사직 사퇴를 해야 5월 9일 실시되는 대선에 나갈 수 있다. 홍 지사가 사퇴하면 도지사 권행대행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지사 사임을 통보해야 한다. 선관위에 도지사 사임이 통보되면 도지사 보궐선거 사유가 확정된다.

하지만 홍 지사는 사퇴 시한인 다음달 9일(일요일) 만료시간에 임박해 사퇴해 선관위에 사임통보가 다음날인 10일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대선과 동시에 "보궐선거를 할 수 없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민주당 경남도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의 불명확성을 악용한 지저분한 꼼수”라며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후보가 되면 즉시 사퇴하는 게 국민과 도민, 공직선거법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홍 지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거제시의회 한국당 소속 한 시의원은 "본인이 대선에 나서지 않으면 간단하게 해결 될 문제 아닌가"라며 "입으로는 선거 비용 운운하면서 자기는 하고 싶은대로 하고 다른 사람의 출마 기회를 뺏는게 과연 올바른 처사인가"라고 힐난했다.

결국 홍 지사의 이같은 처신은 도민의 참정권 침해 여론과 함께,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조차 대선 득표에 도움에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 정부 출발에 따른 도정 공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수정.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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