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를 단념하며..

저가 중앙 정치 활동을 하다 고향 거제에 내려와 활동한지도 1년 4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을 만났고 또 과분하리만큼의 지지와 성원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부족함과 미숙함으로 많은 분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12월 10~12월 11일 저와 이세종 후보가 시민선거인단 ARS 여론조사와 일반시민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민주노동당 총선 후보 경선을 실시하여 저가 이세종 후보에게 뒤진 결과가 나왔습니다만,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어 이에 대해 1달여에 걸쳐 중앙당과 경남도당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동안 진행된 민주노동당 거제시당 차원의 총선 후보 경선이 이세종 후보 측의 반칙 행위, 여론조사기관의 불법행위와 여론조사 과정의 혼선과 직원의 실수 등으로 철저하게 불공정한 경선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차원에서 새로이 경선을 실시할 것을 요청 드린 것입니다.

이를 좀 더 구제척으로 말씀드리면,

첫째, 이세종 후보는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받은 선거인단 명부를 자신이 받은 것처럼 등록하고 일방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애초에 대우조선 노조는 야권단일후보용으로 쓴다고 홍보하면서 시민선거인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대의원 간담회에서 몇몇 대의원들이 노조 이름으로 선거인단을 받으면 전직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세종 후보를 위해서 받는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데 문제가 없냐고 물었을 때 노조의 부위원장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하면서 선거인단을 받았지만, 노조 이름으로 받은 선거인단은 몽땅 이세종 후보의 선거인단으로 둔갑하였고(이세종 후보가 받은 선거인단 7,000명 가운데 상당수로 추정), 이세종 후보는 이 명부를 경선관리위원회에 등록하기 전 4일 간에 걸쳐 문자로 홍보를 하는 등 일방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이세종 후보의 이름으로 받는 경우보다 노조의 이름으로 받으면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세종 후보가 노조의 이름을 이용해버린 것입니다.

노조가 받은 것은 노조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것이 합당하며(해금강 택시 등 다른 노조는 독자적으로 등록) 선거인단 명부를 후보들에게 제공하려면 양측에 다 제공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세종 후보가 이러한 반칙행위를 저지르면서 저는 일방적인 피해를 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세종 후보만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여론조사기관인 씨앤씨인사이츠는 전화면접조사를 제 3업체에 하청을 줌으로써 여론조사 계약서 상의 ‘양도금지’ 및 ‘비밀유지’ 조항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러한 하청행위를 통해서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결정적인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하청을 줄 경우 민,형사상의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여론조사 계약서에 ‘양도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너무도 이상해서 서울에 사람을 보내 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문을 걸어 잠근 채 20여 분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였고, 반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주 낡은 사무실에 단 1대의 책상에 1명의 직원만 상주하는 유령회사와도 같은 여론조사 브로커임이 드러나, 여론조사를 책임 있게 진행하며 신뢰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에는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회사라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또 이 유령조사기관을 당의 운영위원회 자리에 불러다 어디에다 하청을 줬냐고 물어도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만 되풀이했고 지금도 어디에서 여론조사를 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총선 후보의 정치생명이 걸린 경선 여론조사를 이 같은 유령회사에 맡겨서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남부끄러운 일이고, 이렇게 부실한 여론조사기관을 소개한 곳이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입니다. 
  
셋째, 여론조사 과정에서 여론조사기관이 중대한 혼선을 야기하여 응답률을 떨어뜨려버렸습니다.

12/9(금)까지 070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금요일 밤 10시에(많은 사람들은 여론조사가 실시되기 직전인 토요일 아침에 문자를 확인) 다시 083 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문자를 보내 혼선을 초래했고, 정작 여론조사는 070전화로 진행하다 오후에는 다시 083전화로 실시하여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여 걸려오는 전화를 끊어버리게 만듦으로써 20%의 아주 저조한 응답률을 기록하게 만들었습니다.

저가 서울에 있는 큰 여론조사기관 두 군데에 문의한 결과 시민선거인단과 같은 조직된 집단에게 핸드폰으로 ARS를 두 번 돌릴 경우 적어도 50%의 응답률은 나온다고 했고, 또 다른 기관에 문의했을 때 일반고객들이 남긴 핸드폰 번호로 고객만족도조사를 ARS로 두 번 실시할 경우에도 30%는 나오기 때문에 선거인단의 경우에는 이보다 2배는 더 나올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결국, 시민선거인단이 1,000명 정도가 많은 저가 이세종 후보에게 여론조사 결과에서 뒤지게 된 것은 이런 여론조사기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해 저가 조직한 선거인단이 대거 응답하지 못한 결과로 판단됩니다.

넷째, ARS 여론조사가 끝났다고 했다가 직원의 실수 운운하며 다시 실시했습니다.

11일(일요일) 오후 4시경에 경선관리위원회로부터 ARS 여론조사는 이미 끝났고 전화면접조사도 거의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경선 결과를 확인하러 7시까지 민주노총 사무실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기관에서 4시 30분부터 다시 ARS를 돌리기 시작하였고 이에 여론조사기관에 항의를 하여 ARS가 다 끝났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다시 돌린다는 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직원의 실수로 ARS를 2번 돌리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다시 돌린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때 씨앤씨인사이츠의 담당자가 저에게 ‘정말 잘못했다’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서 수차례 사과를 하였습니다. 이처럼 여론조사 기관의 직원이 실수까지 하고 또 자기들이 이를 인정하며 진행한 조사 결과를 믿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처럼 이번 경선은 철저하게 불공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저가 이러한 사실을 세세히 말하는 것은 이러한 잘못된 경선 과정을 거제 시민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또 이 같은 문제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진보정치권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저는 참으로 많은 불면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거제시당 경선관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경남도당에 경선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미 경선은 끝났다’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습니다.

저가 대우조선 노조가 받은 선거인단을 왜 이세종 후보가 가져갔냐고 항의했을 때 당내 경선관리위원회는 ‘이세종 후보가 가져갔다고 그 사람을 다 찍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한가한 소리나 하고, 여론조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을 때 당의 운영위원회는 ‘그렇다고 이세종 후보한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식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진보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 같은 반칙과 불법,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방관하며 덮어두려는 풍조가 이미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그 후에 중앙당에 이 문제를 제기했고 비로소 당 대표단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통합진보당의 당선이 가장 유력한 지역 중의 하나가 거제지역인데 이대로 가다간 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새로운 경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1달여에 걸쳐 이 문제를 제기한 끝에 12일 중앙당 대표단에서 새로운 경선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대표단 회의를 열 즈음에 저가 새로운 경선 요청을 철회하였습니다.

저로선 참으로 가슴 아픈 결정이었지만, 새로운 경선이 실시될 경우 자칫 많은 시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고 또 많은 당원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히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너무도 헌신적으로 저를 도와준 저의 가족과 친지, 열성적으로 지지해 준 8,000명이 넘는 당원과 선거인단에게 참으로 미안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모두를 저의 가슴에 묻고 허허롭게 앞만 보고 걸어가려고 합니다.

30년간 구속 2번, 수배 2번을 당하며 노동자 서민을 위해 오로지 한길을 걸어왔던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30년을 걸어가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지지한 당원과 선거인단, 그리고 시민 여러분들에게 꼭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거제 정치를 바꾸기 전에 거제의 진보정치부터 바꿔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준의 진보정치로는 노동자 서민의 권익도 대변하지 못하고 거제 지역의 집권 세력이 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민 여러분들께 낡고 부패하며 지역주의에 물든 정치가 아니라 깨끗하고 새로우며 혁신적인 거제정치를 꼭 만들어주실 것을 꼭 당부드립니다.

그리하여 이번에야말로 거제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도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종훈 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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