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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밤새 잠 한숨 못자도 보람 느끼죠"…태풍 속 도로보수원 맹활약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430mm 기록적 폭우…붕괴된 도로 복구현장 밀착 취재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19.07.21 12:38
<폭우로 인한 토사 붕괴현장에서 긴급 작업을 벌이고 있는 거제시 도로보수원들과 거제소방서 119대원들>

이번 제5호 태풍 '다나스'는 '물폭탄'을 몰고 온 유별난 태풍이었다. 장평동에 설치 돼 거제지역 표준 강수량으로 기록되는 기상청 강수 측정장비에는 지난 18일부터 21일 오전까지 누적 강수량이 무려 430.5mm로 측정됐다. 20일 하룻동안 이곳에 내린 비가 199mm였다.

거제시는 그동안 태풍 등 큰 재난을 숱하게 겪다보니 타 지자체에 비해 각종 재해에 상당히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평소 대비태세도 비교적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행히 이번 태풍은 거제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엄청난 비를 쏟아내며 곳곳을 할퀴는 바람에 세곳의 도로면 붕괴와 함께, 초·중등학교 두곳에서 누수 및 외벽 파손 피해와 일부 가옥 침수 등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대표적으로 거가대로 덕포터널 입구 토사 유출과 덕포IC 부근 사면 붕괴 및 아주지하차도 사면 붕괴 등으로 인해 차량 통행이 일시적 또는 20시간이 넘게 전면 차단되는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이런 도로 관련 재난 현장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노란색 우의에 손에는 삽을 들고 가장 먼저 방재차량을 타고 현장에 나와 동분서주하는 이들이 바로 거제시 도로과 소속 도로보수원들이다.

현재 거제시에는 18명의 도로보수원이 근무하고 있다. 공무직인 이들은 대략 한달에 300만원 내외의 급료를 받고 있으며, 3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이들은 평소에는 근무조를 구역별로 편성해 도로 보수는 물론, 포장, 주변 풀베기, 포트홀 정리, 로드킬 제거, 표지판 등 각종 시설물 점검 등 잡다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이들은 태풍 등 각종 재난이 예상되면 전원이 밤샘 비상대기 근무에 들어간다.

지난 17일 부터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교대로 시청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소소한 민원현장에 조별로 몇번 출동을 거듭하다, 지난 20일 오전 6시 거가대로 덕포IC 사면이 붕괴된 현장에 일제히 투입됐다.

덕포마을로 진입하는 차로를 차단한 채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을 동원해 도로를 뒤덮은 엄청난 토사를 1시간 넘게 제거하는 도중에도 이들은 미처 장비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을 손수 삽으로 퍼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했다.

덕포IC에서 1시간이 넘도록 토사 제거작업을 끝내고 아침밥을 8시가 넘어 대충 때운 후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이번에는 아주지하차도 법면 붕괴에 따라 폭우 속에 현장으로 내달렸다.

중장비들이 쉼없이 움직이는 동안 이들은 구석구석에 스며든 토사를 직접 삽으로 걷어내면서 숨이 턱 밑에까지 차오르는 힘든 작업을 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빵과 우유로 대충 때우면서 한창 작업을 하던 도중, 또 다시 덕포터널 입구 쪽에 토사 유출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비좁은 차속에서 이들은 잠깐씩 눈을 붙이는 쪽잠은 꿀맛같다고 했다. 잠시 후 도착한 현장은 엉망진창이었다. 산에서 빗물과 함께 쓸려내려 온 토사는 이미 도로의 한 차선을 메우고 있었다.

이들은 중장비가 도착하기 전까지 직접 삽으로 쏟아지는 토사를 연신 퍼내고 막힌 우수관의 흙을 걷어내거나 물줄기를 돌리는 작업을 쉼없이 해야만 했다. 이곳에서는 결국 밤 9시가 다돼서야 겨우 작업이 마무리 됐다.

그러나 아주지하차도 쪽은 쏟아진 토사량이 1000㎥가 넘을 정도로 엄청나 도저히 손을 쓸수 없었다. 중장비가 5대나 동원돼 밤새 토사를 걷어내는 작업 끝에 21일 새벽 4시가 넘어가면서 도로 윤곽이 점차 드러났다. 그때부터 뒷정리와 마무리 청소작업은 오로지 도로보수원들 몫이었다.

오전 5시, 드디어 토사제거 작업과 물청소가 모두 끝나고 차량 소통이 재개됐다. 그때서야 그들은 겨우 한 숨을 돌리며 장비를 챙겨 현장을 벗어났다.

이들은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인근 식당으로 들어가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삽질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손이 떨린다”며 숟가락을 든 손을 들어 보여 주변 동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에게 기자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밤새 잠 한숨도 못자 힘들었지만 그래도 도로가 깨끗해져 차들이 쌩쌩 달리는 걸보면 절로 힘이 난다”며 “이제 집에 가서 좀 씻고 한숨 푹 잤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이 말 좀 꼭 전해달라”면서 “우리는 1개조가 더 필요하다. 인원은 4,5명 정도인데 그래야 근무체계가 맞게되고 효율적인 민원현장 출동도 이뤄진다. 인원이 보충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기자가 ‘그럼 오늘은 쉬게 되느냐'고 묻자, 옆에 있던 김천식 도로과장이 대신 나서서 “이런 말하기가 진짜 미안해서...”라며 “오늘도 도로 곳곳에 자질구레한 뒷정리가 많다. 잠시 쉬었다 현장으로 다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의 말에 이들은 여기저기서 "아이구야"하는 낮은 탄식속에 늦은 아침 밥을 재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거가대로 덕포터널 부근 산에서 흘러 내린 토사를 도로보수원이 밤을 새워가며 치우고 있다>
<거가대로 덕포터널 부근 도로에서 도로보수원이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를 치우는 야간 작업을 하고 있다>
<터널 부근에 막힌 우수관로를 뚫고 있는 도로보수원들>
<도로에 유출된 토사정리중인 도로보수원들>
<도로에 쓰러진 나무 제거 작업중인 도로보수원>
<덕포터널 입구에서 집중 호우로 빗물과 토사가 도로에 흘러들자 도로보수원들이 긴급출동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덕포터널 입구에서 집중 호우로 빗물과 토사가 도로에 흘러들자 도로보수원들이 긴급출동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로에 넘어 든 빗물 정리작업중인 보수원들>
<폭우 속에 막힌 우수관로의 쓰레기를 치우는 도로보수원들>
<덕포터널 입구에 흘러내린 토사를 긴급 작업중인 도로보수원들>
<아주지하차도 입구 법면에서 흘러내린 토사제거 작업 현장>
<긴급하게 현장 통제에 나선 거제시 도로보수원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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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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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사랑 2019-07-22 21:42:32

    정말 오랜만에 좋은 기사를 읽고 갑니다. 묵묵히 열심히 맡은일에 최선을 다하는 여러분   삭제

    • 참 시민 2019-07-22 11:48:28

      이런 분들이 음지에서 고생하는 덕분에 우리가 편안하게 운전하고 다닌다. 이런 일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오늘 기사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고맙고 수고합니다.   삭제

      • 전직 2019-07-22 11:46:34

        나도 예전에 일해봤는데 정말 고생하다.아무도 알아주지 안았다. 너무 봉급이 적었는데 요새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다. 참 고새이 만소. 몸 조심 하시오. 사고도 조심하고   삭제

        • 거제시민 2019-07-22 11:46:23

          고생많으십니다.. 다치지 마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삭제

          • 고현동 2019-07-22 08:58:04

            부산 가는 길에 보았는데 다치실까봐 마음 졸였네요
            2차사고 안 나게 조심하세요   삭제

            • a 2019-07-22 08:53:18

              늘 고생이 많으십니다. 항상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삭제

              • 거제시민 2019-07-22 08:52:44

                고생많으시네요 24시간 일하실텐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일하셨으면 좋겠네요   삭제

                • 거제도 2019-07-22 08:15:03

                  어려운 조건속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거제시청 도로수로원 여러분께 거제시민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삭제

                  • 시민 2019-07-22 08:12:03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 김기사 2019-07-21 20:06:59

                      거친 비바람 속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심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삭제

                      1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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