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안 해도 사회 위해 기여할 일 많아...그럼에도 또 다른 권력 추구해

정치에 정년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을 두드리는지 모르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많이 던진다.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내가 보건데 정치인으로 적합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많다. 아니 더 많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듯 싶다. 노욕이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마지막 자리로 의원 배지 달 생각을 한다고 할까.

90년대 후반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출입할 때다. 언론사 출신 최고위원이 있었다. 그 방에 들렀다. “오 기자도 지금부터 고향 어른들한테 편지도 쓰고, 주말마다 지방에 가서 인사를 드려. 나이 들어 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정치 밖에 없어.” 나에게 고향(충남 보령) 출마를 권유했던 것. 정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추호도 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나는 장차관, 검사장, 대학총장 출신 들의 총선 출마를 반대한다. 그들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사회를 위해 기여할 일이 많다. 그럼에도 또 다른 권력을 추구한다. 그들을 영입 인사로 내세우는 정당이나, 정계 입문을 위해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그들이나 똑같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보기엔 흉하다.

검찰총장 출신 초선 의원한테 직접 들은 말이다. “총장이나 장관 출신이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다음 총선에 나가지 않습니다.” 그 분은 실제로 그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국회의사당 화장실에서 평 검사 출신 국회의원을 만났단다. 현직에 있을 때는 총장과 평 검사가 얼굴도 마주하기 어렵다. 그만큼 격을 따지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평검사 출신 의원이 총장 출신에게 거의 하대를 했던 것. 보통 신분이 바뀌어도 현직에 있을 때 호칭을 쓴다. 총장이라는 호칭을 쓸 법 한데 님자도 안 붙이고 선배라는 표현을 쓰더라고 했다.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고 돌아봤다. “아, 이곳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구나”. 그제서야 자신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뉘우쳤다고 들려주었다.

이번에도 지인 두 명이 눈에 띄었다. 장윤석 전 의원과 이기우 전 총장. 장 전 의원은 검사장 출신이다. 법무부 검찰국장도 했다.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는 낙천했다. 내년이면 70세. 그럼에도 또 다시 출마한단다. 물론 출마는 그의 자유다. 모양이 영 안 좋다. 고향 영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무료 변론을 하면 어떨까. 그럼 더 보람을 느낄 수 있을텐데. 내년 총선의 결과를 떠나 안쓰럽다.

이 전 총장은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마당발로 통한다. 9급으로 시작해 교육부차관, 총리비서실장까지 지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국무총리로 있을 때 비서실장을 했다. 그런 까닭으로 고향 거제에서 출마한단다. 민주당은 영입 인사로 그를 발표했다. 그는 48년생이다. 72세 정치 신인이 탄생할 듯하다.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이 전 총장을 보면서 느끼는 바다. 본인은 뭐라고 할까. 인생 3막을 연다고 할까.<서울이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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