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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세금 9천만원 제발 돌려주세요!!!"...한 청년의 애타는 절규불황의 깊은 그늘...옥포동 빌라 두곳 세입자 6명, 전세금 5억 돌려 받을 길 '막막'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0.01.17 15:50

"내 전세금 9천만원 제발 돌려주세요!!!"

32살 청년이 운전하는 택배 차량 짐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영문을 모르는 행인들은 '무슨 일이지?'하며 힐끗 쳐다보며 지나간다.

간혹 관심이 있는 행인이 택배 물품을 나르는 그에게 "왜 차에 이렇게 써 다니느냐"고 물으면 "하도 억울해서요. 이렇게라도 하고 다니면 기분이라도 좀 풀려서.."라고 무덤덤하게 대꾸한다.

그는 택배 차량 뿐만 아니라, 건물주가 살고 있는 수월동 모 아파트 벽면에도 "저는 아직도 은행 빚에 시달립니다"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대자보를 붙여놓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역의 유명 SNS인 '거사모' 까페에는 행인들이 그의 시위 모습을 찍어 올리자 수많은 지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사연은 이렇다. 그는 2015년 9월 거제시 옥포동 한 중개업소의 소개로 60㎡ 규모의 빌라에 2년간 전세 입주했다. 당시 빌라를 소개한 중개업자는 “빌라 주인이 건설업을 크게 하기 때문에 전세권 설정도 필요없다”고 말해 이를 믿고 확정일자만 받아 계약 했다.

그후 2년간 빌라에 거주한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으나 주인이 전세금을 내 주지 않았다. 당시 그는 경기도 파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주인은 전세 만료일 3개월을 남겨놓고 집을 먼저 비워줘야 새 입주자가 들어오는 대로 전세금을 돌려주겠다고 말해 이를 믿었지만 허사였다. 그러고도 “6개월 더 기다려라”는 등 수없는 약속을 반복했으나 여지껏 전세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거제저널 기자와 마주앉은 신씨>

이 청년은 일운면 지세포가 고향인 신 모씨. 그는 조선소 협력업체에 다니면서 피자가게를 여는 등 투잡을 하고 쉬는 날이면 막노동 등 온갖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달 200만원이 채 안되는 수입을 쪼개고 쪼개 생활하면서 먹을 것 입을 것 참아가며 하루 16시간을 뛰어 힘들게 번 피와 같은 돈이 바로 그 전세금 9천만원이다.

갖은 고생을 해가며 은행 빚 4천만원을 겨우 갚았으나 여자친구와 결혼은 엄두도 못낸채,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은 물론 법정에도 수없이 들락거리며 조정 판결까지 받았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택배를 하다 잠시 틈을 내 기자와 마주앉은 신씨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해볼 건 다해봤지만 이제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다"면서 "안그럴려고 수없이 다짐해보지만, 요즘은 절망이란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 나온다"고 독백처럼 괴로움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하도 억울해 택배 차에 사연을 적어 다니고 벽보도 붙였는데 빌라 주인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아이 신상을 묻고 했다며 나를 경찰에 고소했다"며 "내일 거제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야 된다. 정말 이럴 수가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문제의 빌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애를 태우는 건 비단 신씨 뿐만 아니다. 동일한 주인이 소유한 빌라 두곳에 살거나, 살았던 30∼40대 세입자 5명도 같은 곤경에 처해있다.

40대로 접어든 강씨는 옥포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 빌라에 살았으나 그 역시 전세금 1억3천만원을 못받고 있다. 2018년 12월 전세계약이 끝났는데도 주인은 "경기가 안좋아서 그렇다. 기다려 달라.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정말 고생 고생해서 번 돈을 전세금으로 다 걸어놨는데 단 한푼도 안돌려주면서 돈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게 너무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30대 강씨도 전세금 7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2017년 8월 이미 전세기간이 끝났지만 주인은 "세입자가 들어와야 된다. 돈이 없다고 계속 그러니까 대책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역시 30대 젊은 부부인 이씨도 앞서 신씨를 소개한 중개업자를 통해 전세금 1억원을 걸고 3년 계약으로 입주했다. 2018년 2월 계약기간이 끝났으나 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채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남편과 맞벌이 하면서 정말 고생해서 번 돈인데..."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전세금을 받지 못하자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해 이 빌라를 나온 30대 서씨는 전세금 8천만원 중 2천만원을 겨우 돌려받았으나, 나머지 돈에 대해 주인은 "돈이 돌아가면 꼭 해준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애를 태웠다. 그는 "전세권을 설정해 놨지만 1순위인 금융권에서 경매대금을 받아가면 가져 올 돈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30대 신혼인 윤씨도 9천만원 중 5천만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 살면서 아기가 태어났고 2017년 4월 전세기간이 끝나 이사를 가려고 계획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전세금을 받지 못해 할수없이 4개월을 더 살았으며, 중도에 주인 요구로 일부금액을 받고 먼저 이사를 했지만 나머지 돈은 무작정 기다려달라는 말만 몇년째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단톡방을 만들어 관련 사실을 공유하면서 빌라 주인을 형사 고소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일부는 고소한다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게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도 있는 걸로 전해졌다.

<건물주 A씨 소유인 옥포동 빌라 두곳 중 한 건물>

이에 대해 4년전부터 옥포동에서 F건설 이라는 상호로 빌라 임대업과 건축업을 하는 A(50)씨는 "모든 게 제 잘못"이라며 "경기가 좋을때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경기가 하락하면서 입주자가 없다보니 공실도 생기고 전세금조차 못주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가 소유한 빌라 한곳은 6억, 다른 한곳은 4억에 대구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에 각각 근저당 설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새마을금고는 거제지역의 많은 원룸업자들에게 거액을 대출 해준 여파로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두곳의 빌라에 대해 "현재 막바지 경매 절차가 진행중에 있는데 배당요구 종결일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안에 경매는 끝나겠지만 불황으로 감정가가 워낙 낮게 책정돼 있다보니 전세권이 설정돼 있는 세입자 4가구가 받을 돈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가 좋을 때 저도 원룸을 많이 짓고 매매도 잘 했다"며 "갑작스런 불황으로 전세도 안나가고 일부는 팔려고 단가를 대폭 낮춰 내놔도 전혀 매매가 안됐다. 시간이 갈수록 공실은 계속 남아돌게 되면서 돈 줄이 막히게 됐다"고 답답해 했다.

신씨 등 일부 세입자를 소개한 중개업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이미 폐업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여러 부동산과 거래를 했기 때문에 특별히 아는 사이는 아니다"고 애써 강조했다.

신씨를 왜 고소했느냐는 질문엔 A씨는 "이번 사태로 저희 가족은 처와 아이들까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며 "모두 제 불찰이고 그 사람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아이들 학교까지 찾아가 주변 자녀 엄마에게 제 아이 신상을 묻는다고 말해 10여 일을 참고 타이르고 하다 할수없이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뚜렷한 답이 없지만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공사를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데 건설 경기가 순간적으로 좋아질 수 없지 않느냐"면서 "젊은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모두 내 잘못이다. 얼굴을 못들 정도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 꼭 갚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저도 어떻게든 살아야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동안 법적으로 재판도 받고 이자도 주고 했으나 역부족이다. 집기 등 유체동산도 모두 압류돼 딱지가 붙어 있다"며 "나름대로 버텨왔는데...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취재결과 앞서 신씨와 이씨를 소개한 중개업자는 2010년에 개업해 2015년 12월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시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사정은 딱하지만 중개업소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저희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행정조치를 취하겠지만, 다른 부분은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를 조금 안다는 고현동의 한 60대 건설업자는 "조선 경기가 좋을때 고현이나 장평, 옥포쪽에 원룸을 크게 지은 상당수의 건물주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호황에 너도 나도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원룸임대업에 뛰어든 게 이런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A씨 역시 경기가 좋을 때 장평에서 원룸도 많이 지었고 옥포 임대사업도 꽤 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갑작스럽게 경기가 침체되자 무리하게 벌렸던 사업이 곧 바닥을 드러내게 됐고 임대업도 공실이 많아지면서 전세금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요즘 조선업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덩달아 경기 분위기도 좋아진다며 정치인들이나 총선 후보들이 떠들어대지만 이는 말짱 헛소리"라며 "지역의 경기침체는 아직도 깊고 길게 진행중이다. 밑바닥은 여전히 얼어붙은채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32살 신 모씨가 운전하는 택배 차량. 출처=거사모 까페에 올라있는 사진>
<신씨가 집주인 A씨에게 보낸 내용증명>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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