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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출석조사만 받아도 '입건' 된다?..거꾸로 가는 수사개혁무분별한 범죄자·전과자 양산 '지적'..검·경 내부조차 '우려' 목소리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0.09.10 14:59

내년부터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 무조건 ‘피의자’가 돼 입건된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실무지침에 ‘입건(수사개시)’ 기준이 새롭게 신설돼서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입법 예고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에 관한 규정’에는 수사개시 통제 규정(제16조)이 신설됐다. 이 규정은 오는 16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절차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규정 제16조(수사의 개시)에는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에 착수한 때에는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해당 사건을 즉시 입건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수사기관 출석조사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의 청구 또는 신청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 제외) 청구 또는 신청이라고 적시 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조항은 '수사기관출석조사'다. 해당 조항은 누구나 수사기관해 출석해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게되면 자동 입건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참고인으로 소환 통보된 사람은 해당 없다. 

‘입건’이란 피혐의자가 범행을 시인하든 부인하든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고 범죄사건부에 등재됨과 동시에 ‘피의자’가 됐다는 뜻이다.

현재는 조사를 받아도 수사관이 피혐의자에 대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 할 수 있다. 이때는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를 작성한다.

‘내사’는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 명시돼 있다. 해당 규칙 제28조에는 '경찰관은 범죄에 관한 신문, 출판물, 방송, 인터넷, 익명의 신고, 풍설 등에 있어 내사가 필요한 때에는 수사부서장의 지휘를 받아 내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내사단계의 피혐의자 호칭은 ‘피내사자’다.

검찰도 마찬가지였지만, 과거 경찰이 내사를 활용해 폭넓은 수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내사 범위를 알기 힘들고, 내사 결과를 통지하지 않는 등 ‘자의성’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가 종종 불거졌다, 그러자 일부 검찰은 경찰의 입건 성립 여부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잦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2011년 경찰에게 수사개시권 부여로 이 부분은 자동 정리됐다.

새로운 규정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 피혐의자 입건 기준을 명확히 해 검·경의 내사를 통제하는 방법의 하나로 수사개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이 연일 문제점을 보도하는가하면, 검·경 내부에서조차 '무분별한 피의자 양산' '거꾸로 가는 수사개악'이라는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4일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96조(검사의 수사)에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할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제197조(사법경찰관리)에는 ‘①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될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 ②경사, 경장,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현행 수사절차는 고소나 고발사건 피혐의자의 경우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고 지문을 찍는 수사자료표도 작성한 후 모든 사건서류는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호칭도 피고소인이나 피고발인 또는 피의자로 불린다.

그러나 진정, 탄원이나 경찰이 자체 인지한 첩보 등은 내사단계를 거쳐 범죄 혐의가 인정돼야 비로소 ‘입건’ 한다. 당연히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 할 수 있다. 내사종결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다.

이번 새 규정의 '수사기관 출석조사' 용어는 매우 모호해 민원(진정, 탄원 등)으로 범죄 관련성이 없거나 악의적 진정사건의 피혐의자가 수사기관에 출석해 피의자신문조서만 받아도 무조건 입건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입건이 되더라도 공직선거법이나 공무원 채용처럼 특별한 조건을 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공기관을 포함해 일반기업체 등의 취업이나 채용시에 전과기록으로 통보되지 않는다. 다만, 한번이라도 입건이 되면 '혐의없음(무혐의)'처분을 받더라도 수사기관의 수사자료에는 과거 조사받은 흔적(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수사기관은 이를 활용해 추후 동종(同種)사건이나 유사사건의 '상습성' 등 범죄자의 수법이나 범죄 성향을 분석·판단하는 자료로 삼는다. 어쩌다 한두번 실수로 조사를 받은 평범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또 기소율이 채 20%에도 못미칠 정도로 단순 금전 채권채무, 민사상 계약 불이행 등은 물론, 위협성이나 무고성이 다분해 보이는 고소 남발은 여전히 심각하다. 해마다 경찰·검찰에 접수되는 진정, 탄원사건 입건율은 고작 0.3%에도 채 못 미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그만큼 검·경의 수사력 낭비도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나온 난데없는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이 무분별한 피해를 입는다면 수사개혁이 아니라 ‘개악’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차피 ‘수사기관 출석조사’를 입건 기준에 명시한만큼 앞으로 이를 적확(的確)하고 전향적인 개념이 정립되도록 하는 수정 절차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한 일선 경찰관계자는 "무분별한 내사를 막으려면 내사착수나 종결시 통지절차 등 통제 수단을 만들면 될 일"이라면서 "만약 언론보도대로 ‘수사기관 출석조사’가 그런 뜻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매우 부당하고 범죄자와 전과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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