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시내버스가 고현터미널에 주차해 있다. 자료사진=거제신문>

시 비상 수송대책 가동..공무원 탑승한 전세버스 72대 투입, 택시 부제 해제 등 운행률 65% 유지 목표

'시민의 발'인 거제 시내버스가 끝내 멈춰섰다. 노사 양측의 싸움에 애먼 시민만 골탕을 먹게 됐다. 

시는 전세버스 등을 투입해 당장 급한 불을 끄기로 했지만 단축 운행에 따른 시민 불편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지역일각에서는 이같은 시내버스 임금체불과 파업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시내버스 업체에 더 이상 행정과 시민이 휘둘리지 않기 위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공영제' 도입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거제시는 그동안 노사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에 임해왔으나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즉각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비상수송 대책을 세우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시는 우선 45개 노선에 72대의 대체 전세버스를 투입해 운행률을 65% 이상 유지하기로 했다. 전세버스는 오전 6시 2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운행한다. 원활한 노선 운행을 위해 기사의 노선 숙지 시까지 공무원이 탑승해 이용객의 승‧하차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관내 626대 택시에 대한 부제도 일시적으로 해제해 시내버스 공백을 메운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전세버스를 집중 운영하고, 양대 조선소와 각급 학교의 셔틀버스 운행도 확대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50개 노선에 108대를 운행 중인 삼화여객·세일교통 노사는 지난 24일 오후 경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2차 조정 회의를 했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2020년 거제시 표준운송원가 산정 용역상 임금 인상률인 2.62%에 준한 임금 인상과 무사고 수당 5만 원 신설, 임금 체불 및 4대 보험료, 퇴직금 연체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승객 감소로 작년에만 25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났다”며 난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임금 삭감안을 제시했다.

결국 지노위는 회의 개시 1시간여 만에 협상 결렬을 의미하는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조정 회의 결렬 후 노사 양측은 더는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조합원 22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80% 찬성을 끌어냈다. 이를 토대로 4일 파업을 예고했고, 결국 거제시가 중재에 나섰다.

거제시는 노조에 임금 인상분 보장 등을 확약했고, 노조는 파업을 유보(조정 신청 취하)하고 사측과 임금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후 시는 지난 6일 업체 2곳에 운수종사자 상여금과 급여에 필요한 보조금 3억9000만 원을 각각 지급했다. 시는 교부액 사용 후 집행 결과(증빙자료 포함)를 제출하고, 보조금의 부적정한 집행·집행명세 허위제출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행정명령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일반 경비로 우선 써 버렸고, 또다시 노동자 임금이 체불됐다. 이 상태로는 5월 급여도 제때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노조는 지난 10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13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시민 불편을 야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에 양해를 구한다"면서 "버스 노동자의 입장을 한번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노조에 따르면 거제지역 시내버스 노동자의 근무환경은 타지역보다 유난히 열악하다. 합의에 따른 근무시간은 11시간이지만, 실상은 하루 16~18시간을 버스에 매여 있다. 그렇다고 임금, 복지혜택이 나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급여나 4대 보험을 체납이 반복되고 있다.

노조는 "시내버스 노동자의 임금이 체납되는 사례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번 교섭에서 책정된 표준운송원가를 보장과 임금체납 방지대책을 요구했다. 요구한 임금 인상폭은 월평균 6만9000원 정도다.

두 회사 노조 대표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급하게 대출이라도 받으려 은행에 가면 4대 보험이 체납돼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막막함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비록 민간업체 소속이지만 공공분야에서 일한다는 보람과 보상은 적어도 안정적이라는 심정으로 고된 노동을 이겨내 왔다"면서 "거듭 시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시 홈페이지, 언론사, 마을 방송 등 각종 홍보 수단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시내버스 운행중단에 따른 비상 수송대책을 알리는 한편, 시민들 간에도 승용차 함께 타기, 자전거 이용하기 등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대체 이동수단 확보를 거듭 당부했다.

변광용 시장은 "시내버스 파업으로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시민들의 많은 불편함이 예상된다"라면서 "행정에서는 파업 기간 동안 비상수송대책 가동으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한편, 하루빨리 시내버스 운행의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노‧사간 협상 중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화여객과 세일교통 노조 대표가 지난 13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시민 불편을 야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에 양해를 구하며 버스노동자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거제시>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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