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계룡초 씨름부 선수들의 연습 모습>

"기술을 넣을 땐 자세가 제일 중요해 재민이! 몸 더 낮추고 그렇지 상대를 내 몸에 붙여 상대를 내 몸 안으로 당겨서 배 위로 들어 올리고 옆으로 돌면서 넘기는데 바로 들배지기야 알겠지?"

지난 2일 오후 5시가 넘는 시간 거제시씨름장에서는 10여명의 계룡초등학교 씨름부 학생들이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출전을 앞두고 폭염 속에서 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양사문(43) 감독의 구령에 맞춰 손재민(계룡초 6년)·김광무(계룡중 1년) 선수가 들배지기를 연습중이다.

샅바 쥐는 손의 모양부터 힘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쏟아붓는 요령, 몸을 낮춰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양 감독의 지시대로 아이들은 씨름의 기술을 익히고 있다. 간간이 터져 나오는 힘찬 ‘파이팅’ 소리에는 아이들의 씩씩함과 건강함이 배어났다.

이 ‘파이팅’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학교 간판 김대원(용장급·55㎏ 이하)·손재민(장사급·120㎏ 이하)·강세윤(역사급·70㎏ 이하) 선수다.

이들은 지난 4월 경남 고성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51회 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우승 후보 선수들을 제치고 용장급 1위와 장사급 3위에 오르는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숱한 수상경력을 기록하고 있다.

또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전북 정읍에서 열리는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이 선수들은 벌써부터 마산·김해·통영 등 여러 중학교에서 영입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양사문 감독은 “이 선수들은 탁월한 유연성과 강한 승부 근성이 뛰어나 앞으로 대성할 선수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계룡초 씨름부는 2016년에 창단돼 이제 겨우 6년째다. 선수는 10명이 전부다. 이들은 우수지도자상을 비롯해 소양강배 초등부장사대회·전국어린이씨름왕대회·전국소년체육대회·경남선수권대회·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들을 이을 선수들이 들어오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다. 이에 양사문 감독은 거제에는 매년 열리는 거제시장배·거제교육장배 씨름대회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운영중인 체험 씨름교실에서 씨름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갖춘 학생들을 찾아 상담하면서 선수를 발굴하고 있다.

문제는 계룡초 씨름부를 받아줄 지역 중학교가 없다는 것이다.

팀 성적과 학교·씨름협회·시청씨름단 등의 지원도 늘고 있고 씨름 자율체험교실 활동으로 씨름의 열기도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만, 지역에서 받아줄 중학교 팀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산·김해지역으로 진학하고 있다.

양 감독은 “학생선수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니 훈련의 집중도가 떨어짐은 물론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거제지역의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한 선수 부모는 “씨름 종목을 교기로 지정된 중학교가 없어 타지 진학을 해야 한다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꼈다”며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학 걱정 없이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은 “선수들이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 선수들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유능한 체육 인재들을 놓치고 있다. 선수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학교 연계 진학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남도교육청의 ‘체육영재 육성 종목(교기) 지정’ 방침에 따르면 초·중학교 교기는 지역교육장이 지정한다고 돼 있다. 사실상 거제교육장이 중학교의 씨름부 창단 열쇠를 쥐고있는 셈이다.

거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연계 진학시스템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학교 연계 진학시스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중학교들이 씨름운동부 창단을 꺼리는 분위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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