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한 굴 : 자료 사진>

한창 제철을 맞은 남해안 양식 굴이 집단폐사를 하는 심각한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거제,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굴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연일 속출하는 피해로 굴 양식 어민들의 시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립수산과학원이 긴급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9일 국립수산과학원은 "국내 최대 굴 생산지인 경남 남해안에서 양식 굴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며 "경남 지자체로부터 폐사한 굴 시료를 넘겨받아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굴 집단 폐사 피해사례는 양식 굴이 제철인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거제·통영·고성 일대에서 모두 40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도내 굴 양식 3474㏊ 중 440㏊, 약 12.6%가 집단폐사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거제시 938㏊ 중 149.5㏊(15.9%) : 피해 80여 건 △통영 1294㏊ 중 184.7㏊(14.3%) : 피해 230여 건 △고성 937㏊ 중 103.5㏊(11%) : 피해 90여 건 △창원 122㏊ 중 2.5㏊(2%) 등이다. 총 피해 추정액은 79억2400여만원에 이른다.

이번 굴 집단폐사는 양식장에서 굴 포자를 매달아 키우던 봉줄을 끌어올려도 알맹이 없는 굴 껍데기만 남아있거나, 굴이 봉줄에서 껍데기째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양식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여름 고수온에 이어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 덩어리)까지 겹치면서 뒤늦게 폐사 사태가 잇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식전문가들은 지난 가을 극심했던 '가뭄' 탓이란 견해도 있다. 굴이 산란 후 한창 먹이 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육지에 있는 각종 영양분들이 비에 씻겨 바다로 유입되지 못하면서 굴 먹이가 부족해 생긴 현상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처럼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 전역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에서 굴 대량 폐사가 발생하는 것도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면서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월 이후 최근까지 남해안 굴 양식장의 생산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안팎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생산량 감소에 따른 굴값 인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굴 가격은 도매 가격 기준 10kg당 12만원 선에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다소 저렴한 편이다.

거제시 한 굴 양식업자는 "최근들어 몇년 사이 굴 생산량이 많이 줄었지만 소비량도 예전만 못하다"면서 "요즘은 김장철이라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산지에서는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데 시중 굴 가격에 별 영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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