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

지난 2월15일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은 느닷없이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에 따라 2월 17일 오전 11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오후 5시경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의 판단은 마땅히 그리고 당연히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었다. 이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거제경찰서 유치장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김형수 지회장은 오후 6시경 유치장을 나와 기다리고 있던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과 반가운 포옹을 나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류에 따르면 이번 영장청구는 거제경찰서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021년 9월 2일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경찰은 2021년 10월 9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으나 검찰은 역시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그 후 4개월도 더 지난 2022년 2월에 경찰이 세 번째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그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경찰이 오랜 기간 집요하게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편, 검찰은 정작 2월17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는 참석하지도 않았다. 만약 구속영장 청구에 검찰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면, 그리고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면 검찰은 마땅히 실질심사에 참석해 구속의 필요성을 강변했을 것이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그 내용도 그 시기도 모두 이해할 수 없다.

경찰과 검찰이 구속의 사유로 삼은 것은, 지난 2021년 4월 대우조선해양 도장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 중 하청노동자들과 대우조선이 동원한 정규직 사이에서 발생한 세 번의 물리적 충돌(폭력행위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이었다.

그런데 2021년 도장노동자 투쟁 중 발생한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등의 죄명으로 불구속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같은 도장노동자 투쟁으로 발생한 사안 중에서 공동상해를 이유로 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굳이 그래야 할 다른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구속영장 청구 이유가 된 세 번의 물리적 충돌은 대우조선해양 내 특정 건물(지원센터) 또는 작업 현장(1도크)에 들어가려는 하청노동자들과 이를 막기 위해 동원된 정규직 사이에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전부다. 그 과정에서 밀려 넘어지거나 사람들에게 깔려서 다친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방적이거나 계획적인 또는 조직적인 집단 폭행은 전혀 아니었다.

물론, 대우조선해양은 투쟁 당시에도, 그 후에도 물리적 충돌을 부풀려서 마치 조선하청지회와 하청노동자들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폭행을 저지른 것처럼 왜곡 선전해서 하청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노-노 갈등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그리고 이 같은 왜곡된 주장은 고소장과 고소인 진술서에 똑같이 반복됐다. 하청노동자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만한 동기와 목적이 충분했을 것이다.

문제는 노-사 대립의 당사자가 아닌 거제경찰서가 대우조선해양과 똑같은 관점을 가지고 무리하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른바 공안사건만을 전담하는 검사가 사건을 처리하니 혹여 그런 반노조-노조혐오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사건이 아닌 대부분 일반 사건을 담당하는 지능수사팀 경찰 수사관들이 대우조선해양과 똑같은 반노조-노조혐오 관점을 가질 이유는 없다. 특히 당시 현장에는 경찰 정보관도 여럿 있었으므로 사건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이 대우조선해양의 똑같은 관점에서 무리하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으니, 그럴만한 무슨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김형수 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합당한 이유가 없다 보니, 자연히 영장 청구 시기에 주목하게 된다. 조선하청지회는 2021년 12월부터 하청노동자 임금인상투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하청노동자 2천2백명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임금 30% 인상' 요구안을 확정했다. 2022년 1월 들어서자 곧바로 대우조선해양 21개 하청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해서 교섭권을 확보하고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또한, 1월 20일 대우조선해양 민주광장에서 개최된 제1차 총궐기대회에는 700명 가까운 하청노동자가 참석해 임금인상투쟁에 탄력이 붙었다. 그리고 2월 22일 제2차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렇게 한편으로는 단체교섭을 통해 파업권을 확보하고, 또 한편으로는 매달 총궐기대회를 통해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2022년 5월/6월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총파업 투쟁을 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소 하청노동조합이 많은 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 투쟁을 통해 하청노동자 임금인상투쟁을 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즉,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인상투쟁은 5만 명이 넘는 전체 조선소 하청노동자 권리찾기와 조직화의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거제경찰서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김형수 지회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이 같은 상황과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청노동자의 대규모 임금인상투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더욱 확대될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임금인상투쟁을 책임지고 이끄는 하청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지회장에게, 1년 전에 발생한 사안을 가지고 뒤늦게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김형수 지회장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로 ‘재범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 우리의 합리적 의심은 더욱 강해진다. 경찰이 정말 ‘재범’을 예상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면, 그 재범은 지금 조선하청지회가 진행하고 있는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투쟁에서 발생한다고 판단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하청노동자 임금인상투쟁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재범의 위험성’이란 존재할 수 없고, 그러므로 경찰의 집요하고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과 하청노동자 임금인상투쟁과의 연관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거제경찰서의 구속영장 신청이 무리하고 부당한 것이었음은 이미 판명났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경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이 현재 진행 중이고 5월/6월 하청노동자 총파업 투쟁까지 더욱 확대될 2022년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투쟁과 큰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거제경찰서는 다른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김형수 지회장에 대한 거제경찰서의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 도대체 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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