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파업 노동자 6명이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건조중인 선박의 높이 15m  난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 1도크를 점거해 파업중인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노동자들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가 14일 아주동과 옥포동 일원에서 열린다.   

또, 오는 23일에는 하청지회 파업을 지지하는 진보적 노동사회단체의 '희망버스'가 대우조선에 온다.

'생존권'을 놓고 정반대 입장을 보이는 양측의 움직임은 이번 사태를 보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14일 경찰과 대우조선해양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20분부터 6시20분까지 1시간 동안 대우조선 임직원을 비롯해 가족과 거제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하청지회 불법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대우조선해양 정문에서부터 남문·서문·열정교를 거쳐 옥포매립지 오션플라자까지 약 4㎞ 구간에서 인간 띠를 연결해 하청지회의 파업 중단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이날 참가 인원을 대략 3000명 가량으로 잡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주도하는 단체는 없고, 오로지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을 이대로 두고 볼수 없다는 우리 직원들과 가족 및 뜻을 같이하는 거제시민들이 함께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오는 23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비롯한 40여 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탑승한 '희망버스'가 대우조선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희망버스는 11년 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처음 등장했다.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전신) 해고 노동자 출신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2011년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장기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번 대우조선행 '희망버스'도 김진숙 지도위원과 문정현 신부가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하청지회를 응원하기 위해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최근들어 여야 정치권도 앞다투어 파업 현장을 방문해 해법을 제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사태 해결을 위한 올바른 중재는 커녕, 오히려 백가쟁명(百家爭鳴: 각기 자기 주장만 펴고 논쟁)식 생색내기에 불과해 보인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이를 두고 거제의 한 야권 정치인은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지난 3·9 대선과 6·1지선에서 승리한 보수정권 교체를 계기로 과거부터 각을 세워 온 민노총이 대우조선 하청지회 파업을 정치적 '힘겨루기'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민노총은 이미 시작된 하투(夏鬪)의 전초전 격으로 하청지회 파업 수위를 앞으로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때문에 이제부턴 하청지회도 마음대로 파업을 풀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이제 더 이상 장기 불법파업을 마냥 방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만간  공권력 투입 등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현 상황을 우려스럽게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민들도 더 이상 사태를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조속한 대화와 파업 중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 이‧통장연합회 거제시지회(회장 황미영)와 거제시 주민자치연합회(회장 김종진)는 지난 13일 오후 4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의 파업 사태는 조선소 현장의 생산 차질 발생 뿐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는 거제시민들에게도 미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대외 악재 속에 고물가로 인한 시민 고통과 더불어 지역경기는 극복할 수 없는 파탄에 이르게 될 수 있다"며 "더 이상 극한 대립이 있어선 안되며 대우조선 원청과 협력사는 하청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말고 즉각 대화 창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파업중인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극단적 상황의 시위를 멈추고 협상에 나서 달라"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양보하고 타협하여 속히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거제시민들이 파업 중단과 대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건, 대우조선 장기 파업에 따른 피해 여파가 지역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을 퇴직한 한 60대 주민단체 관계자는 "요 며칠사이 지역구 국회의원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우루루 떼로 몰려와서 뭘 해결했느냐. 그런데도 희망버스인가 뭐가 와서 또 어쩌겠다는 건지..."라면서 "당장 수만 명의 조선소 식구들과 거제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데도 이 놈의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으니..대우조선더러 그냥 망하라는 거냐"고 분개했다.<수정 14:20→기사 재배열> 

<하청지회 파업 중단 촉구 인간띠 잇기 행사 구간>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소형 철제구조물에 스스로 가두고 용접을 한채 농성 중이다>

<지난 8일 오후 2시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현장책임자연합회 주관으로 4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연 후 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사내 집회는 대우조선해양 밖에서 열리는 민노총의 조선하청노동자투쟁승리결의대회의 맞불성 집회다>

<대우조선해양 직반장현장책임자 대표단 100여 명이 4일 오후 3시 경남경찰청을 방문해 도크를 점거해 장기 농성중인 하청지회 노조원에 대한 해산과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거제시 이통장연합회 및 주민자치연합회 관계자들이 '대화와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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