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체취견 라비가 산속에서 실종된 90대 노인을 발견할 당시 모습. 사진=경남경찰청>

아들과 함께 조상 묘소에 벌초를 갔다 실종됐던 90대 노인이 실종 8시간 만에 체취견과 경찰·소방 합동구조팀에 발견돼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15일 거제경찰서와 경남경찰청, 거제소방서에 따르면, 부산에 사는 A(94)씨는 지난 14일 오후 4시께 아들 B(69) 씨와 함께 고향인 둔덕면 산방산 기슭에 있는 선대 묘소에 벌초를 왔다가 5분 능선 지점에서 실종됐다.

이들 부자(父子)는 가까운 산소에 먼저 벌초를 한 후 다른 산소로 이동하던 중 각자 길이 어긋나면서 낯선 숲속을 헤매게 된 것이다. 더구나 고령의 A씨는 치매를 다소 앓고 있었다.

아들 B씨는 3시간동안 아버지를 찾아 헤매다 결국 찾지 못하고 산을 내려와 오후 6시47분께 산방산 아래 소류지 인근에서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거제파출소장 박주식 경감을 비롯한 지역경찰과 거제경찰서 실종수사팀, 거제소방서 119구조대 등이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 구조팀은 아들 B씨가 일러주는대로 저녁 7시30분부터 묘지와 등산로 주변 등을 따라 산악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주변이 너무 어두운데다 아들 B씨가 지리감이 제대로 없어 수색에 진척이 없었다.

경찰과 소방구조팀은 밤 10시30분께부터 뒤 이어 지원차 도착한 경남경찰청 과학수사대 체취견 2마리와 경찰 15명, 소방인력 20명 등을 동원해 실종지 주변을 나눠 합동으로 야간 수색에 들어갔다.

반대편 능선을 집중 수색하던 구조팀은 수색 5시간 만인 15일 오전 0시20분께 경찰 체취견 '라비'가 실종장소에서 300m 떨어진 계곡 부근에서 웅크리고 있던 A씨를 발견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치매와 고령 탓에 A씨가 보행을 거부하는 바람에 1시간30분동안 구조팀은 약 200m 이동하는 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구조팀도 밧데리가 방전돼 숲속에서 A씨와 함께 고립되다시피 했다

경찰은 하는 수 없이 거제소방서에 산악전문구조대 출동을 요청했다. 오전 2시10분께 현장에 도착한 소방 산악구조대와 합동으로 A씨를 교대로 부축해 하산, 오전 3시께 구조 임무를 마쳤다. 실종신고 후 8시간만이었다.

가족 품으로 돌아간 A씨는 현재 약간의 탈진 증세 외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실종자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남경찰청 과학수사대 체취견 라비.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수컷으로 올해 2살이다>

이날 야간수색에 동원된 경찰·소방구조팀의 노고도 컸지만, 경찰 체취견 '라비'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라비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수컷으로 올해 2살(2020년11월생)이다.

지난해 1월부터 체취견으로 실전에 투입된 '라비'는 핸들러(handler·조련사)인 과학수사대 채취증거팀 최진균 경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경남경찰청 과학수사대에는 현재 라비를 비롯한 2마리의 체취견이 있다. 이들 체취견들은 지금까지 도내 각종 실종 및 강력사건 현장에서 맹활약해 왔다. 

거제파출소장 박주심 경감은 "심야에 낯선 산악에서 몸도 성치 않은 고령의 실종자를 무탈하게 구조하게 돼 정말 다행"이라면서 "더구나 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평소 훈련받은대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 라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남경찰청 과학수사대 요원이 수색끝에 발견된 90대 노인을 안내하고 있다>

<실종됐던 90대 노인을 거제소방서 산악구조대원들이 부축해 하산하고 있다. 사진=거제소방서>

<실종됐던 90대 노인을 거제소방서 산악구조대원들이 부축해 하산하고 있다. 사진=거제소방서>

<핸들러와 훈련중인 경찰 체취견 라비>

<수색 훈련중인 체취견 라비 모습>

<라비의 실종자 수색 훈련 모습>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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