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곳곳에서 과열·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13곳의 지역농협 및 축·수협·산림조합장을 뽑는 거제지역은 후보 등록(21~22일)과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 부터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일부 사건은 경찰에 고발되거나 수사가 진행중에 있어 선거관리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선거일이 임박해지면서 출마예정자 간의 상호 비방이나 폭로전도 가열되는 양상을 보여 지각있는 조합원과 시민들은 "공명선거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이같은 과열 조짐의 이유는 조합장의 연봉이 수당을 합쳐 1억 원 안팎에 이르는 데다, 규모에 따라 대형 조합은 웬만한 중앙 공공기관장에 버금갈 정도의 혜택을 누리고 권한을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에 의해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정작 비상식적인 제약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은밀한 불법행위를 부추키는 듯한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A농협은 하나로마트에 근무하는 직원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50대와 30대 두 직원이 수년 동안 억 대의 납품 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조합원에 의해 거제경찰서에 고발됐다.

이들은 2021년 5월부터 15개월 동안 판매할 야채나 과일 등 농산물 구입 가격을 원래보다 비싸게 책정해 농협이 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뒤, 부풀려진 금액을 지인 계좌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거액을 빼돌렸다. 부풀려진 금액만큼 마트 고객들은 농산물을 비싸게 구입한 셈이다.

현재 조합이 확인한 횡령 금액만 1억3천여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조합측은 지난해 9월 비리에 가담한 한 직원 신고로 진상을 알고도 중앙회에 보고하거나 고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조합원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조합측은 자체 조사를 거쳐 해당 직원들에게 횡령한 돈 일부를 변상토록 하고, 30여 년을 일한 50대 직원은 징계조치도 없이 명예퇴직 시켰다. 그는 당시 1억 원이 넘는 퇴직금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자 지난 7일 한 조합원이 해당 조합장과 두 직원을 업무상배임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거제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현재 수사과 경제범죄수사 4팀에 배당돼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며, 농협중앙회에서도 지난 13일부터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조합장 선거일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불거지면서 또 다른 억측을 낳고 있다. 조합측은 이번 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와 가담자가 결탁해 방송매체 등에 제보하고 조합원들에게 사실 왜곡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조합 관계자는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도 "조합장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인 제보와 고발은 물론, 비위 당사자가 출마예정 후보에게 조합원 안부문자를 대신 보내주는 등 유착된 증거를 확보했다.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B조합은 수년 전 불거졌던 부당 대출 여파로 곤혹스런 형국이다. 과거 부실 채권을 회수하면서 채권자에게 이자 23억 원을 감면해 준 사실이 방송에 보도돼 논란이다.

2016년 당시 조합장의 동생이 운영하던 업체들에 동일인 대출 한도를 초과한 98억 원을 대출해줘 '쪼개기 대출' 논란이 일면서 조합이 당국의 전방위 수사를 받는 처지로 내몰리기도 했다.

이후 조합장이 바뀐 후 부실 대출 논란이 빚어진지 6년만인 지난해, 조합은 해당 사업자가 땅과 사업권을 매각하면서 대출금 100억 원을 회수했다. 하지만 연체 이자는 23억 원을 감면해 다 받지 못했다.

당시 대출받은 사업자가 토지와 사업권을 매각하면서 받기로 한 금액은 250억 원 수준이었다. 해당 사업자는 매각 대금을 일시에 다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각이 정상 진행된다면 해당 사업자는 채무를 모두 정리하고도 수십억 원이 남게 되는 상황"이라며 "받지 못한 이자를 장기연체 채권인 '특수 채권'으로 남겨두는 방법도 있었다"고 조합측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조합측은 원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이자 감면 없이는 매각 자체가 성사될 수 없다는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조합측은 반론자료를 언론에 내고 "그 당시로선 법원경매 처분시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 손실만 34억5800만원이 예상돼 손실 최소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적정한 업무처리'라는 조합감사위원회 처분에도 불구하고, 한 조합원이 업무상 배임으로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7명을 검찰(통영지청)에 고발했으며, 이를 넘겨받은 거제경찰서에서 5개월 여 수사끝에 지난 13일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고 자료를 공개했다.

그런데 이 사건 역시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 지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중앙회 감사와 경찰수사 등을 통해 이미 말끔하게 정리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 출마 예정자로 추정되는 측에서 오래 전 부터 이 문제를 여러 방법으로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 왔다는 사실을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를 마치 새로운 내용인양 최근 방송사에 제보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을 하겠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조합 임직원 및 관계자의 11년이 넘은 형사사건 검찰구형 내용을 문자로 무차별 살포해 대상자들의 명예를 훼손해 물의를 빚는가 하면, 일부 조합원들에게 원치 않은 음란 동영상을 보내 경찰수사를 받는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돼 기소 직전에 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느냐"며 "자신도 제대로 다스릴 줄 모르면서 누구를  나무라고 흉을 보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거제저널은 지난 1월12일부터 연재중인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 기획 기사의 일환으로 조만간 해당 조합장 출마예정자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입장(반론)을 듣고 추가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합측이 15일 각 언론에 배포한 보도해명 자료 중 감사결과 통지서>

<조합측이 15일 각 언론에 배포한 보도해명 자료 중 거제경찰서 무혐의 수사결과 통지서>

C조합은 현직 조합장 징계를 두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해당 조합 이사회는 결산이사회를 진행 도중 현 조합장의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를 전격 의결해 '정직1개월'의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징계 사유는 제326회 정기이사회에서 욕설을 하고 소란을 피운 모 간부의 징계 문제다. 또 조합장이 당시 회의를 주재한 이사회 의장으로서 마땅히 이를 제지해야 됨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를 따지기 위한 정당한 임시 이사회 소집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

또 조합장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퇴직공로금을 69% 인상해 당초 2900여 만원이 부당 책정된 것을 이사회 심의과정에서 27% 인상(935만원)으로 삭감해 이 부분도 추가 징계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징계는 현 조합장의 요청에 의해 14일 오후 3시 해당 조합에 도착해 현지 지도를 벌인 부산울산경남본부 운영지원팀장과 지도과장에 의해 '무효' 처리되면서 사흘간의 소동이 일단락됐다.

징계 무효처리 사유를 보면, 이날 이사회 참석한 6명의 이사 중 3명은 찬성, 2명 반대, 1명 기권으로 나왔다. 하지만 해당 징계가 유효하기 위해선 참석 이사 2/3가 찬성해야 되나, 찬성 인원이 절반 밖에 안되는데도 가결을 선포한 절차상 하자 때문이다. 당시 의장은 현 조합장이었다.

조합장의 징계는 중징계인 개선(해임)과 직무정지(1, 3, 6월), 견책 및 경징계인 '주의 촉구'가 있다. 중징계를 당했다가 이틀만에 번복된 현 조합장은 지난 13일 연차를 내고 관련 상황을 주시한 다음, 14일부터 정상 출근해 직무를 재개했다.

이날 중앙회를 대리한 부·울·경본부측은 전날(14일) 이를 직접 취재한 거제저널에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이사회가 현직 조합장의 직무를 전격 정지시킨 사안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해 서둘러 현지 직접 점검을 통해 확인 후 흠결이 있음을 발견한 다음 이를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합측은 15일 예정된 조합원 총회를 보류하고 대신 이날 25명이 참석한 대의원회를 소집해 조합 정관 변경 등 몇몇 안건을 처리했다. 다만, 징계를 주도한 조합 수석이사 등은 오는 20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조합장 추가 징계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조합장이 발끈하고 반격에 나섰다. 그는 15일 오후 거제저널과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선거와 관련해 나를 반대하는 이사 몇명이 전격적으로 도발을 감행한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나를 떨어뜨리기 위한 행위로 보고 선관위 신고는 물론, 수사기관 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는 또 "고의적으로 부당 행위가 없었는데도 조합 직원의 급여 명부 등 내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지역언론에 마구 유출하는 등 오히려 징계를 주도한 이사들이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해당 언론은 무효 처리된 징계 내용만을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대서특필하는 엉터리 기사를 올려 선거 국면을 특정 후보측에 유리하게 조성해 간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D농협은 앞서, 지난 1월16일 거제저널이 보도한대로 지난해 농협 비상임이사 선거 당시 조합장이 이사회에 불법선거 근절을 위해 외부용역 경비 4천여만 원을 부당 지출해 농협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인근 농협 이사가 경찰에 고발해 조합장 등이 수사를 받고 있다.

조합측은 이 사건 이면에  경쟁후보측이 개입한 것으로 적극 의심하면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관계자는 "농협 내부 자체처분은 있었으나, 현행법상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수사가 종결돼 봐야 알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E농협은 지난해 11월 정관 개정과 관련해 현금 50만원을 조합원에게 제공한 매수행위가 거제선관위에 적발돼 말썽이 됐다. 현재 이 사건은 선관위가 출마예정자 등을 거제경찰서에 고발해 수사가 마무리 중에 있으며, 경찰은 곧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경찰은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 지난달 17일부터 거제경찰서 등 관할 23개 일선 경찰서에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24시간 선거 불법행위 감시 체제를 가동했다.

검찰(통영지청)도 선거전담반을 편성해 단계별 특별근무체제에 돌입하는 등 수사역량을 집중할 계획 아래, 공소시효 완성 시점인 오는 9월8일까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위탁선거 주관당국인 거제시선관위도 공명선거 촉구 홍보와 함께 금품 제공 등 각종 불법행위 등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하고 있다. 

거제경찰서 수사관계자는 "앞선 2019년 제2회 동시조합장 선거에서는 위법행위 80%가 선거일 전 30일부터 선거일까지 사이에 발생했다"면서 "조합원과 시민들께서도 공명선거를 위해 불법행위를 보면 112 또는 가까운 경찰관서에 적극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 일정이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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