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파일 갈무리>

지난해 6·1지방선거와 관련해 거제시 둔덕면의 한 사찰에 1천만원을 기부한 행위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은 박종우 거제시장 배우자측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11일 태극법률사무소 조순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기부행위 예외 조항 중 일부가 명확성·과잉금지·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지난 3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2형사부(재판장 최봉희 부장판사)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 변호사의 이례적 입장 표명은 최근 일부 매체가 거제시장 배우자측이 공직선거법상 '상시 기부행위 제한 위반'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법원에 신청했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으로도 풀이된다.     

조 변호사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 제2항 제2호 바 항목이다. 해당 조항을 대상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와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 내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할 수 없다. 다만, 같은 법 제112조 제2항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부행위들이 열거돼 있다. 또 제2호(의례적 행위)에서 '바' 항목(종교인이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성당·사찰 등에 통상의 예에 따라 헌금하는 행위)을 두고 있다.

조 변호사는 이 규정 중 '평소 다니는'이라는 의미가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 예측 가능성을 전혀 확보할 수 없고 법 집행 당국의 자의적 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평소 다니지 않는 사찰 등에 헌금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헌금이라는 신앙 실천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종교의 자유)한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5월에는 지난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평소 다니지 않는 교회에 헌금 30만원을 낸 혐의로 기소된 충북 괴산군 부의장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달 인천시 문경복 옹진군수도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내 교회 4곳에 헌금 51만원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 변호사는 "만약 이사하거나 회사를 옮겨 새 종교 시설에 가 헌금한 경우, 또는 한 번도 간 적은 없지만 언론에 나온 종교인의 언행에 큰 감동을 받아 온라인으로 헌금하는 행위 등은 '평소 다니는' 사찰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한 기부행위가 된다"며 "이는 오직 한 사찰에만 다니며 헌금할 것을 국가가 형벌로 강요하는 것으로 국민이 가진 기본적 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범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 변호사는 '바' 항목 중 '통상의 예에 따라'라는 부분도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교회 헌금 액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은 얼마인데 당신은 평균보다 많이 냈으니 통상의 예에 따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일반 법 감정을 가진 국민은 통상의 예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법관의 합리적, 보충적 해석으로도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없어 법 집행 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통한 무차별적인 공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사건은 첫 심리 기일인 지난 5일 직전 담당 재판부가 제1형사부(재판장 서삼희 부장판사)에서 제2형사부(재판장 최봉희 부장판사, 배석:주심 윤성식 부장판사, 송해인 부장판사)로 재배당되면서 재판이 연기됐다. 이에 대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는 "재판장과 거제시장 배우자측 변호인의 연고 관계"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전 재판부(제1형사부)와 거제시장 배우자 변호인(법무법인 화우) 간의 학연이나 사법연수원 동기 등에 따른 '회피'가 그 이유로 보인다. '회피'는 법관이 스스로 피고인이나 변호인과 연고 등으로 인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할 때는 법원 내부적으로 사건 재배당이나 합의부원의 재구성 등을 통해 해결하는 절차의 일환이다.   

항소심 재판은 오는 21일 오전 10시30분과 8월11일 오전 10시30분에 심리 일정이 잡혀 있다. 이는 새로 맡은 재판부가 별도의 기한이 없는 '위헌법률심판제청'과 상관없이 해당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으로 배우자 변호인측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담당 재판부(제2형사부)가 '각하' 하게되면 별도로 밝히지 않고 판결문에 그 이유를 함께 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재판부가 이를 제청(인용)해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하면 결과가 나올때까지 이 재판은 중지된다.

이에 따라 담당 재판부의 제청 여부에 대한 거제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나의 사건 검색'에서 창원 제2형사부(나)로 표기된 부분의 '나'는 재판장(가), 주심·좌배석(나), 우배석(다)로 분류되는 법원 내부 표식이다.    

<'위헌심판제청 사건 진행 현황. 출처=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파일 갈무리>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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