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발표, 웨더아이 제공 최종 업데이트 2023.07.12 16:50>

기상청은 일본 상공에 머물던 정체전선(장마전선)이 12일 밤부터 한반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에 따라 13일 오전 9시께 정체전선이 경상도부터 수도권을 관통하면서 전국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정체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 서쪽에서 다가오던 티베트고기압도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두 거대 기단이 만나 세력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정체전선은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은 긴 띠 모양을 하고 있다. 정체전선 바로 아래 놓인 지역에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지만, 비껴간 지역은 소강상태를 보이는 등 지역별로 강수차도 클 수 있겠다.

지금까지 내린 비는 저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 산발적으로 강하고 짧게 내리는 '게릴라성 폭우' 성격을 띠었다. 비가 짧고 굵게 내린 후 비구름대가 물러나면 곧장 햇빛이 나고 일부에서는 폭염이 이어지는 양상이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그러나 13일 이후부터는 정체전선이 위치한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장시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전국 곳곳에 짧고 강한 비가 기습적으로 내렸다면, 이번엔 비구름대가 걸쳐지는 지역에 긴 시간 폭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미 내린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탓에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 산사태, 축대 붕괴 등 호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각 지자체 별로 비상이 걸렸다.

앞서 12일 오전 11시를 기해 거제·통영지역에 내려진 호우경보는 해제되면서 장맛비는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소강상태는 얼마가지 않고 13일부터 다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13~14일 전국적으로 50~150㎜, 제주에는 5~40㎜ 가량이다. 다만, 13일은 곳에 따라 시간당 20~40㎜, 14일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60㎜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이번 장맛비가 다음 주 중반까지 중부와 남부를 오가며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한 비와 더불어 일부 지역에서는 순간풍속 시속 55~70㎞(초속 15~20ｍ)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곳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는 일부 지역에 짧고 굵게 내리는 특징을 보였으나 13일 이후부터는 정체전선이 위치한 지역에는 집중호우가 장시간 내리게 된다"며 "올여름 형성된 장마전선 가운데 가장 강력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장마'라는 말보다 조만간 동남아처럼 '우기'라는 표현을 써야 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처럼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다가 반짝 폭염이 나타나는가 하면, 밤에도 게릴라성 폭우가 갑자기 퍼붓는 전형적인 아열대성 기후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달라진 강수 패턴으로 한반도의 여름 장마는 용어 본연의 의미를 잃은 가운데 '장마'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한편, 현재 한반도 남해안으로 접근하는 정체전선은 이미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힌 바 있다.

12일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규슈 지역에서는 모두 7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재난대응이 비교적 잘 돼 있다는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큰 피해다.

당시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는 4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많은 곳에는 하루 동안 42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할 정도로 이른바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10일 새벽부터 약 10시간에 걸쳐 비가 계속 내린 후쿠오카현과 오이타현에서는 집중호우 관련 경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특별 경보가 발령됐다.

오이타현 히타시에서는 산사태로 200여 명이 갇혔고, 야마구치현 호후시에서는 한 도로가 무너지며 주민 약 100명이 고립되는 피해가 나기도 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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