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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되살아 난 '사이코패스' 망령(亡靈)서영천 / 거제저널 대표기자
거제저널 | 승인 2023.08.10 14:32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20·30대 사이코패스 성향의 두 청년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7월21일 오후 2시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범인 조선(33)은 미리 준비한 흉기를 무차별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조선은 신상공개가 결정됐고,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결과 기준에 부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검거 직후 범행 이유에 대해 "나는 불행한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어, 2주 후인 8월3일 저녁 5시59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 AK플라자에서 범인 최원종(22)이 모닝승용차를 인도로 돌진시킨 후 미리 소지한 흉기로 쇼핑객들을 난자했다. 이로 인해 6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20대 여성 1명은 여전히 뇌사 상태에 있으며, 무고한 시민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신상이 공개된 최원종은 중학생 때 이미 성격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한때 영재라는 말까지 들었으나 특목고 진학에 실패하면서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결국 2020년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성 성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치료를 거부한채 평소 주변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방치돼 왔다. 최원종은 범행 직후 "누군가 나를 스토킹 하려고 해서 그 집단을 없애려고 했다"고 횡설수설하며 이상 증세를 보였다. 현재 그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받은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또다시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망령(亡靈)' 속으로 급격히 빠져드는 느낌이다. 

사이코패시(Psychopathy)는 겉모습이 멀쩡해도 양심의 가책없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반사회적 성격장애 질환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사이코패시 증세를 보이는 이들을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정의 한다. 우리가 흔히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빗대 말하는 '사이코'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개 충동적이고 냉담하며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를 끼쳐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심지어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건 1920년대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슈나이더다. 그는 광신, 자기현시, 의지결여, 발정, 폭발적 성격, 무기력 등 10가지 특징을 사이코패스에 속하는 인격 유형으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2004년 한 해를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강간살인범 유영철 사건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바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

다만,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들이 모두 사이코패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신병질과 반사회적 성격 장애는 다른 개념으로 구별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이코패스의 기저(基底) 원인은 무얼까. 사이코패스는 기질적(1차), 환경적(2차) 요인으로 형성된다. 기질적 요인은 유전적 원인과 거의 동일하게 본다. 이들은 대개 충동성, 피질각성 저하 등의 특성을 갖고 태어나는 걸로 연구·보고 됐다.

이런 기질적(유전적) 원인으로 인해 반사회적 행동을 하거나 사회규범을 내면화 하지 못해 흉악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이는 약물 등 전문적인 장기 치료가 필요하며, 일반적인 교정·교화로는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사이코패스 범죄에 여지껏 우리 당국은 어떻게 대응해 왔을까?

이번에도 경찰은 살인 예고지역과 다중이용시설 등에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까지 전진 배치해 법석을 떨고 있다. 곳곳에 경찰력을 증강 투입해 불심검문을 하고 보여주기식 순찰을 강화하는 게 사이코패스 범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어떻게 보면 주먹구구식 대응은 당연하다. 물론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 자체가 정형화되지 않은 어려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 전문적인 연구와 체계적인 분석을 거친 적확(的確)한 대책이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저 난리다.

이는 아무리 경고를 해도 모방범죄를 부추키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살인 예고글이 끊이지 않는 점만 봐도 잘 알수 있다. 벌써 수백  건의 살인 예고 글이 올랐고, 8명이나 구속됐는데도 멈추질 않는다.

대신, 만만한 경찰만 죽어라 고생하고 있다. 이러다 잠잠해지면 당분간은 잊혀질거고, 또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경찰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게 뻔한 형국이다.

범죄자의 인권을 유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묻지마 범죄' 피해를 줄여보자는 몇차례 의미있는 시도는 걸핏하면 정치적 타협이나 인권이라는 암초에 걸려 방기(放棄)되기 일쑤였다. 그러니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시늉'하는 사이에 애꿎은 국민 희생만 느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에 의한 '묻지마 범죄'를 그저 사회 현상으로 치부해 방치하거나 이대로 가만히 당할 수는 없다. 이미 늦었지만, 정부는 당장이라도 사이코패스 범죄 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이나 사법당국의 체계화된 메뉴얼이 시급하다. 보다 근본적으론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살피는 한편, 각 지자체도 더욱 촘촘한 사회 안전망 확충에 인색해서는 안된다.

"한국 사회는 범죄자들의 병증(病症)이 아주 심각한데도 이에 대한 인식이 너무 가볍고 일시적으로 호들갑만 떤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한 서양 범죄학자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당시엔 진단 시스템조차 마련되지 않은 시기였지만, 과거 거제지역에도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범인들에 의한 강력범죄가 몇차례 있었다. 2003년 봄과 여름에 걸쳐 수십명의 여성을 유린한 고현동 연쇄성폭행 사건의 20대 범인은 "괜히 여자가 미워서"가 범행 이유였다.

또 범인의 드라마틱한 극단적 선택으로 막을 내린 사등면과 장평동 연쇄살인사건은 아직도 억울하게 숨져간 서너명 피해자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살해한 시신을 소각후 논에 뿌려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살인사건 등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들도 한 목소리로 범인들을 '사이코패스'로 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무튼 '사이코패스에 의한 묻지마 범죄'는 이제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커질수록 이 범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이코패스'의 살아있는 망령들은 유유히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지도 모른다. 정말 밤바람 한번 쏘이러 밖에 나가기 겁나고, 마누라와 애들이 잠시 안 보여도 가슴 철렁하는 무서운 세상이다.

무엇보다도 집세, 오물세 등 온갖 명목을 붙여 꼬박꼬박 세금은 잘도 걷어가는 국가(지자체)가 나와 내가족의 안전조차 온전히 지켜 주지 못한다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이 시론은 2006년 지역신문에 4회 연재된 '사이코패스에 의한 무동기 범죄와 대응책' 기고를 종합해 일부 편집·재배열했습니다. 

거제저널  gjjn32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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