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수용소유적공원전경>

개장한지 24년이 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시민공원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관람객 감소와 시민 휴식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시민공원화 사업은 유적공원 내 전쟁·포로·복원존(zone) 시설물 대부분을 철거하고 시민들의 여가‧휴식이 가능한 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 거제시청에서 가진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시민공원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통해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해당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유적공원 내 전쟁·포로·복원존(zone)에 설치된 시설물 대부분을 철거하고 수목 등을 심는다. 포로존의 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은 유적공원의 상징성을 보존하기 위해 철거 후 아카이브(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손쉽게 검색할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 등을 갖춘 새로운 모습으로 조성된다.

다만, 모노레일 승강장이 있는 평화존과 유적공원 안에 있는 수용소 관련 잔존 유적지는 보존된다. 기존 시설물을 없애는 대신, 유적박물관 재단장과 녹지 공간 조성을 통해 시민 휴식·여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관람객도 매년 급격히 줄고 있다. 2013년 한 해 6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줄어 지난해는 1/3 수준인 23만명까지 감소했다. 올 들어 지난 8월말 현재 16만명 수준으로 2013년 대비 7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연간 수입 또한 2018년 21억7500만원에서 2023년 8월말 9억5200만원으로 반토막(56.2%)이 날 정도로 심각하다.

'시민공원화' 사업은 3단계로 추진 된다. 1단계는 기존 시설 철거 후 녹지 조성으로, 철거비용 64억300만원과 공원 조성비용 5억2500만원을 합해 총사업비 69억2800만원이다. 철거 대상은 6·25역사관과 탱크전시관, 반공포로막사, 포로 대립·생포·생활관, 디오라마관, 체험전시관(1950) 등이다.

2단계는 기존 유적박물관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적박물관 시설보수 및 리모델링 사업비는 134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축 사업비는 사업 계획에 따라 많게는 최소 189억원~최대 329억으로 잡혔다. 

3단계는 최종적으로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6만992㎡ 면적에 조경 및 경관·놀이 및 휴식시설·산책길·이동 편의시설을 갖춘 시민공원을 만드는데 192억원의 사업비가 예상된다. 3단계까지 추정되는 총사업비는 632억원이다.

하지만 거제시가 시민공원화 계획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매듭을 풀어야 한다.

먼저 현재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로 돼 있는 유적공원 소유권을 이전받아야 한다. 소유권을 현행대로 개발공사가 가질 경우 행정적 절차와 운영에 제약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용역사도 중앙정부 지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발공사로부터 유적공원 소유권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출자 당시 금액인 224억원을 시가 지급해야 한다. 이는 공사 이사회 의결과 거제시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거제시는 우선 시의회 승인을 받아 소유권을 이전받고 224억원에 대해서는 현금이나 현물로 3년 분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시민공원화 사업을 위해선 행정절차에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총사업비 632억원은 중기지방재정에 반영시켜야 하며 공모 등을 통해 국도비 확보 계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용역 결과는 기본계획을 검토하는 단계로 앞으로 지역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시민 공원화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행정 절차상 최적의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역 일각에서는 6·25전쟁 포로와 관련된 국내 유일 현충시설인데다, 동족상잔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역사공원으로서의 가치와 상징성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역보고회에 참석한 노재하 거제시의원은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고 지금은 거제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면서 "시민공원으로 하더라도 포로수용소라는 역사적 콘텐츠를 잘 유지해야 하며 시설물 완전 철거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재직 당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조성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한 거제시 원로 퇴직 공무원은 "1999년에 지어 시설이 오래되고 볼거리 부족으로 인한 관광수익 감소 때문에 전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시 주장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사업을 시작한 아이디어도 '6·25전쟁 포로수용소 하면 거제'라는 데서 출발한만큼 국내 유일의 거제포로수용소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와 특성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자칫 여기에 소홀할 경우 이도 저도 아닌 고만고만한 공원시설로 전락되면 거제포로수용소라는 브랜드 가치는 완전히 끝나는 것"이라며 "그런 수준의 공원시설에 외지인들이 뭘 보러 구경 오겠나"라고 염려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세워져 있는 흥남철수작전기념비는 물론, 한때 지역 진보·보수단체가 철거를 두고 충돌해 소송전까지 번졌던 김백일 동상과 이후 설치된 단죄비의 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용역이 최종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흥남철수작전기념비나 김백일 동상, 단죄비 등에 대해선 뭐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모든 문제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시민 의견 등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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