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올때 차선이 잘 안보이는 이유는 무자격 업체가 저가 도색원료를 혼합해 부실시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일준 의원(국민의힘·거제)은 도로 차선 부실시공에 대해 "운전자들은 비 올 때 차선이 유독 잘 안 보였던 경험이 있을 텐데, 이건 시력이 문제가 아니라 비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도료에 성능이 떨어지는 반사물질 등을 섞어 차선을 도색하면서 정상 제품을 쓴 것처럼 속인 혐의로 시공업체 34곳과 업체 관계자 및 공무원 등 69명을 무더기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결과 해당 부실시공 업체들은 차선도색 과정에서 저가원료(유리알)를 섞어 사용하면서 123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는 22곳 불량 구간에 대해 하자처리를 결정해 그만큼의 혈세 낭비가 불가피하게 됐다.

차선 도색 도료와 함께 살포하는 유리알은 정상제품은 1kg당 7200원인데 반해, 저렴한 제품은 1kg당 3500원 수준이다. 부실시공 업체는 정상제품과 저가제품을 8대2 비율로 섞어 눈가림 시공한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차선 도색에 저가 유리알을 섞어서 사용할 경우 차선 밝기는 기준 이하로 떨어지고, 비가 오거나 야간에 차선 식별이 어려운데다, 내구성도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견해다.

서 의원은 이날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을 상대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하는 것, 이것 뿌리 뽑아야 안 되겠냐"며 "유리알을 섞어서 불량 차선 도색을 한 업체는 확실한 페널티를 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참여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입찰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국내 도장면허 보유업체들은 5300여 곳인데 별도의 '차선 도색 전문면허'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실정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도로공사가 발주한 도로공사에 1700여개 업체가 참여해 45개 업체가 낙찰받았다. 이 중 도색장비를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 의원은 "대부분이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고, 도색장비를 보유한 23개 업체로부터 모두 빌려 쓴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앞으로 입찰자격을 해당 장비를 보유한 업체로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상의해 재발 방지책을 세우겠다"고 답변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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