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거제시보건소장이 임용된지 4개월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해 눈길을 끈다.

거제시에 따르면, 이 모(54) 거제시보건소장은 지난 2일 거제시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위해제' 처분 후 이를 본인에게 통보하자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이 소장의 사표 제출에 따른 '의원면직(依願免職)' 절차를 밟고 있다. '의원면직'은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지방(국가)공무원법에는 대상자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중이거나 입건된 사건이 있는지 확인 후 그 결과를 통보받아 임면권자(시장)가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만약 수사나 재판중에 있으면 사표 수리가 안된다. 

거제시가 이 소장을 직위해제 처분한 건 보건행정 총괄자로서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인사관계자는 "개인 명예와 신상에 관련된 사안이라 정확한 처분 내용은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소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로 지난 7월 개방형직위 2차 공개모집을 통해 거제시보건소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업무를 시작한지 두 달도 채 안 돼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거제시치매안심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이 소장이 나병(한센병) 치료제인 '답손(Dapsone)'을 치매 환자에게 처방한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다.

센터에선 그동안 치매 치료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아리셉트(Aricept)'를 써왔다. 그런데 이 소장이 이를 답손으로 대체하자 보건소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거제시공무원노조 게시판을 통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이 소장은 해당 게시물에 직접 답글을 달며 논쟁을 벌였다. 그는 아리셉트는 치매 증상만 다소 개선할 뿐 치료 약이 될 수 없고 폐질환 등 부작용이 더 많지만, 답손은 인지기능 개선 및 치료약물로서 효능이 연구로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반면, 직원들은 임상 등 검증이 미흡한 약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보통 부작용이 있으면 보건복지부에 고시한 약제 중 환자에게 맞는 다른 약을 주는데, 답손은 목록에 없다는 것이다.

논쟁이 가열되자 거제시가 나서 지난 9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에 답손 처방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나 아직 회신이 없는 상태다. 

결국 이 소장의 '사의'로 해당 논란은 일단락되게 됐지만, 거제지역 공공보건의료행정은 또다시 공백기를 맞게 될 처지다.

시 인사 관계자는 "현 소장의 사직이 마무리되면 차기 소장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공모 진행 기간 등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지역보건법상 의사 면허가 있어야 보건소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지방공무원 4급 상당·연봉 8386만 원 선)에 업무강도가 높아 의사 소장을 영입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다만 2차례 이상 보건소장 공모를 진행했는데도 지원자가 없으면 간호·의무·의료기술·보건진료 분야 공무원을 대체 임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앞으로 최소 5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매끄럽지 못한 일로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돼 죄송스럽다"면서 "보건 의료 공백이 없도록 내부 직원들과 합심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김민진 기자 단독보도 일부 인용>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