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5시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지역 시민·노동단체와 정치권이 참석해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를 부결시킨 책임을 따지는 1차 거제시민규탄대회가 열렸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이종우·류금렬·최연심 강제징용노동자상 추진위 공동대표와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장, 정상헌 금속노조 거제지회장, 최양희 거제시의회 부의장과 한은진·안석봉 거제시의원 등 30여 명이 참석해 공동대표 취지발언, 규탄발언, 구호 제창 등 순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들은 현장에서 배포한 결의문을 통해 "거제시는 결국 친일매국적인 결정을 했다"며 "지난 11월27일 시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를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거제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어 "거제지역은 일제강점기 장승포 일대를 거점으로 수탈과 강제동원이 이뤄진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라며 "1940년대는 전쟁터로 우리 지역 민중을 강제동원하기 위한 입영준비훈련소까지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런 지역 역사를 기억하고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염원을 담아 제작하고자 했던 것이 강제징용 노동자상"이라며 "이런 노동자상을 불허했다는 건 어떠한 핑계도 필요없는 친일 반민족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거제시가 불허 이유로 장승포 주민의 반대를 꼽고 있지만, 이는 한일갈등타파연대라는 10여 명 남짓한 극우단체 회원 일부 의견일뿐"이라며 "그런데도 거제시는 마치 장승포 전체 주민이 반대하는 것처럼 포장해 부결시켰다"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친일이 별다른 게 없다. 생계를 위해 일본에 협조했어도 친일이고 법을 준수했다해도 일본사람이 만들고 일본이익을 옹호하는 법을 준수했다면 결국 친일"이라며 "거제시가 역사상 남긴 오점을 바로잡을 방법은 오직 박종우 시장이 책임을 지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1차 거제시민규탄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역의 강제동원 역사를 부정하는 모든 세력을 친일파로 규정하고 규탄한다"며 "제2의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반드시 건립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한 행사 참가자는 거제저널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은 앞서 논란이 됐던 김백일 동상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느냐"며 "건립장소도 장승포 수변공원에서 우리가 양보해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세우겠다는 데도 예술작품 아니라거나, 주민이 반대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불허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제시는 비겁한 논리로 변명하지 말고 차라리 윤석열 정부가 현재 펴고 있는 친일정책 때문에 지자체로서 눈치가 보인다고 떳떳이 말하는게 오히려 맞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들은 조만간 2차 시민규탄대회도 예고하고 있어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놓고 당분간 거제시와 추진위 간의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거제경찰서는 이날 행사장 주변에 형사기동대와 교통 경찰 등 40여 명의 경비병력을 배치해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했다.

거제시도 청사 방호를 위해 청경들과 직원 수십명을 현관 등지에 배치해 출입자를 체크하는 등 집회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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