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에서 숨진 A씨에게 사살된 것으로 보이는 성체 멧돼지 사체. 엽사들은 10년생 수컷으로 몸무게 130~140kg 가량으로 추정했다. 멧돼지 사체위에 놓인 산탄총은 A씨 소유다>

거제의 한 야산에서 사냥하던 60대 엽사(獵師)가 멧돼지 공격을 받아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동료 등에 따르면, 사고는 6일 오후 3시5분께 거제시 연초면 죽토리 국사봉 200m 능선에서 발생했다.  

이날 거제시 유해조수피해방지단 소속 엽사 3명은 사고 직전 사냥개를 데리고 산 위쪽에서 멧돼지 1마리를 발견해 총으로 쏘아 아래쪽으로 몰아가는 중이었다.

이때 총을 맞은 멧돼지가 흥분한 채 달아나면서 마침 길목을 지키던 엽사 A(60대)씨와 마주치자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동료 엽사들이 총소리를 듣고 현장에 도착했을때 A씨는 다리 부위에 많은 피를 흘린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멧돼지도 앞서 맞은 총과 A씨가 쏜 총에 3~4발을 맞은 듯 부근에 이미 죽어 있었다.

A씨는 멧돼지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좌측 무릎 위와 대퇴부 정맥등을 크게 다쳐 현장에서 피를 많이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목격한 동료들은 A씨와 멧돼지가 벌인 사투(死鬪)의 흔적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동료 엽사들의 신고를 받고 어렵사리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가 A씨를 인근 연초면 맑은샘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하지만 A씨는 병원 도착 직후 과다출혈에 따른 쇼크로 인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엽사들은 A씨를 공격한 문제의 멧돼지는 몸무게 130~140kg 가량되는 10년생 정도의 성체(成體) 수컷으로 추정했다.

사살된 멧돼지는 거제시로 인계돼 폐기 처분될 예정이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동료 엽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중이다. 

숨진 A씨는 조선협력업체에 다니면서 야생동물관리협회 거제지회 회원으로 지난 20년 간 틈틈이 유해조수 방지 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그는 평소 노련하고 성실한 엽사로 알려져 동료들과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