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통영지청>

노숙인 출신 기초생활수급자 2명 '가스라이팅'...음주 후 바다 입수 강요, 1명 숨지게 해  

3개월 전 거제시 옥포항에서 술 취한 50대가 바다에 들어갔다 숨진 사건은 알고 지내던 40대 후반 범인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에 의해 저질러졌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16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최성수 부장검사)는 평소 순종(順從)하던 피해자 2명에게 바다에 들어가라고 강요해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A(49) 씨를 과실치사죄·강요죄·공갈죄 등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범인 A 씨는 지난해 10월11일 오후 2시10분께 거제시 옥포동 수변공원에서 밤새 세 명이 함께 술을 많이 마신 후 잔뜩 취한 B(56)·C(57) 씨 등 2명에게 '수영하라'고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당시 옥포항 인근 바다에 먼저 뛰어들었던 B 씨는 파도에 휩쓸려 끝내 숨지고, 뒤에 들어간 C씨는 다행히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A 씨는 또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기초생활수급자인 두 사람의 수급비나 주거급여, 노무비 등 총 17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18년 부산의 한 고시원에서 알게 된 B씨에게 자신이 과거 폭력조직 행동대장 출신인 것처럼 행세하며 "말을 잘 안들으면 조폭을 불러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들로부터 수시로 금품을 갈취하고, 잠을 재우지 않거나, '서열을 가려보라'며 서로 싸움을 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관할 창원해경은 이 사건을 단순 변사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숨진 B 씨가 음식점에서 나이가 적은 A 씨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르는 모습 등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이와 함께 'B 씨가 A 씨의 폭행 등으로 막노동 일당까지 갖다 바쳤을 정도로 생활이 불가능했다'는 취지의 주변 진술도 확보했다.

이처럼 해경 수사팀은 세 사람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를 다수 포착했다. 수사 결과 잦은 폭력과 공갈로 두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혐의로 A 씨를 구속, 지난달 26일 검찰(통영지청)에 송치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생존 피해자 C 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주변인 조사, 계좌거래내역 분석 등을 토대로 A 씨가 지속적인 폭력과 가혹행위를 통해 이들을 심리적 지배·억압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생존 피해자의 통합심리분석에서 A 씨의 평소 억압적인 모습이나 무서움에 (피해자들이 심리 지배를) 당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났으며, 학생들의 '일진 놀이'와 유사한 형태"라면서 "바다에 들어가라는 강요도 A 씨가 자신이 피해자들보다 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장난치듯 이뤄진 지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죄책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강력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스등'(Gas Light)이라는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번 사건은 오는 20일 밤 11시10분 SBS TV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그 날의 마지막 지령-거제 옥포항 익사 사건' 편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범인 A씨 지시로 숨진 B 씨가 지난해 10월11일 오후 2시10분께 거제시 옥포동 수변공원 앞 휀스를 넘어 바다로 들어가는 장면. 이 장면 직후 B 씨는 파도에 휩쓸리면서 결국 숨졌다. 사진=창원해경>

<숨진 B 씨가 한 식당에서 범인 A 씨에게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는 장면이 식당 내부 CCTV에 잡혔다. 사진=창원해경>

<범인 A 씨가 '스파링 하라'는 지시로 숨진 B 씨와 또 다른 피해자 C 씨가 서로 싸우다가 B 씨가 실신해 119구조대 들것에 실려가는 장면. 사진= 창원해경>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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