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후보 지지를 위해 가짜 서명부를 만들었다면 공직선거법위반죄만 성립될 뿐, 문서위조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끈다.

이같은 판단은 가짜 서명부를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50대 거제시민 A씨의 사문서위조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다만, A씨의 공직선거법위반죄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공직선거법 제107조에는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선거구민한테 서명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거제지역 국민의힘 당원인 A씨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22년 2월 일부 당원들과 함께 '윤석열 후보 지지 1만인 선언' 운동을 계획했다.

그는 지지 서명을 받아 다음 달인 3월 거제시청에서 서명 명부를 공개하며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를 위해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에 ‘윤석열 후보자 지지 1만인 선언'이라는 제목의 서명부를 비치했다.

하지만 실제 서명 참여율은 저조해 불과 16명에게만 서명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315명의 회사, 이름, 지역이 기재된 21장에 달하는 명부를 허위로 작성했다.

A씨는 이 가짜 서명부를 그 사실을 모르는 국민의힘 당원에게 건네기도 했으나, 실제 기자회견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거제경찰서와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수사를 거쳐 공직선거법위반 및 형법상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죄 등 총 3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2022년 9월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는 지난해 1월 A씨의 문서위조 혐의는 무죄, 공직선거법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작성한 서명부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호소가 담긴 것에 불과하다"면서 "어떤 권리·의무의 변동, 법률관계에 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해당 문서가 문서위조죄를 구성하는 요건인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로 볼 수 없다는 판결 취지다.

그러면서 "서명을 받은 선거구민의 수가 16명에 불과했다"며 "당초 계획했던 기자회견을 진행하지도 못해 서명부가 선거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벌금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불복해 상고한 최종심에서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허무인 명의로 작성한 서명부 21장은 주된 취지가 특정한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의사를 집단적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 것일 뿐"이라며 "실체법 또는 절차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 내지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거제저널  gjjn3220@daum.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