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 현장에서 경찰관이 동의 없이 촬영한 성매매 여성의 신체 사진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이는 개인의 인격권 침해는 물론, 피촬영자의 동의없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나체 사진 촬영은 강제수사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번 판례는 지금까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성매매 단속이라는 실무적 관점에선 다소 나체 상태라하더라도 법적 증거 능력을 인정받았던 기존 판례를 뒤엎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매매 단속현장에서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피의자 사진 촬영 등 수사기관의 증거 확보 방법에도 상당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강희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성매매 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항소심에서 A씨의 사진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본 1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촬영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진 촬영이 강제수사에 해당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함에도 법원으로부터 사전영장 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며 증거 배제 결정을 했다"며 "이러한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고 판시했다.

성매매 단속에 나선 경찰이 성관계 직후 나체 상태인 여성 A씨와 성 매수 남성 B씨의 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한 점이 인정된다며 해당 사진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1심은 "사진 촬영으로 인한 A씨와 B씨의 인격권 침해가 상당하다"며 해당 사진에 대해 증거 배제를 결정했다.

당시 촬영된 사진은 단속팀 소속 경찰관 15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경찰의 이런 행위를 인격권 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A씨는 현재 경찰이 사진 촬영뿐 아니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언동과 함께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연합뉴스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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