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중인 이 모씨>

새누리당 김한표 예비후보를 겨냥한 속칭 ‘흑마늘사건’의 피해자로 자처하는 이 모(61)씨가 17일 오후 3시 35분께 거제시 고현동 거제교육청 인근 청소년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씨가 자신의 아픔을 설명하는 ‘순수한 자리'라는 의도와 달리, 시작전부터 언론사 기자와 이번 총선에 나선 각 예비후보 캠프관계자 등 50여명이 대거 참석해 다소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또 이 씨측과 이를 반박하는 일행들의 충돌 가능성과 시기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경찰, 선관위 등 관계자들도 현장에 미리 도착해 기자회견을 끝까지 모니터링 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이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시기에 이용당할 개연성을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와 상관없다”“선거에 이용하든 말든 그건 기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나는 순수성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억울함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이날 오전 특정 야권후보 캠프측에서 기자회견을 알리는 이메일을 각 언론사에 통보하는가하면, 기자질문 도중 특정후보측 관계자가 참견까지 해 항의를 받는 소란이 일었다.

약속시간 보다 35분 늦게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씨는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10여분간 낭독한 후 기자와 일문일답을 이어 갔다.

이씨는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간부사원으로 근무하다 8년전 퇴임했으며 2008년 총선에 출마한 김한표 예비후보를 알게됐고, 당시 무소속 출마한 김한표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게 됐다”고 인연을 소개, 한때 가까운 사이였음을 짐작케 했다.

그는 “김한표씨가 선거에 낙선 이후 2009년 연락을 받고 부산의 개인사무실에서 만나 흑마늘사업 부산‧경남총판을 맡게 됐으며, 계약금 명목으로 5천만원을 전모(여)씨 명의로 송금했다”고 밝혔다.

전모씨는 이씨가 김한표 예비후보와 함께 검찰에 고소한 공동 피고소인으로, 2009년 3월 (주)한본 설립당시 전무,감사 등 임원을 맡았으며, 이날 기자회견 시작전에 도착해 일행과 함께 이씨의 기자회견을 줄곧 지켜 보았다.

이어, 이씨는 “전국 총판권을 줄테니 판매법인을 만들어 서울과 부산에 사무소를 준비하라”는 제의받고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간 이상 빠질수도 없어 김 예비후보의 제의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사업 전개과정을 설명했다.

또 2009년 8월에는 (주)한본코리아를 설립, (주)한본계좌에 2억원을 입금했으나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이미 2억7천만원을 지급한 입장에서 김한표씨가 ‘공장과 생산시설을 인수하라’고 해 2009년 12월 흑마늘 제품 생산법인(주)바이오그린 설립했다“고 설명을 이어 갔다.

이후 “김한표씨의 제의로 생산공장을 인수하면서 1억원과 2009년 12월말까지 8천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등 사업정상화에 애썼으나 결국 2010년 중반께 파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흑마늘 사업 관련 자신의 순수한 피해금이 총 4억6378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는 법인해산과 기타 비용으로 10억원 가량 손해를 봤다는 것.

이 내용은 지난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일부 예비후보들이 ‘14억 편취’라고 주장했던 것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셈이다. 즉,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정된 피해금이 아니라 이 씨 개인의 주장일 뿐이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총선때 찾아가 대책마련을 김한표씨에게 요구하자 “선거가 끝난 이후에 해결해 주겠다”해 믿고 기다렸으나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월25일 다시 그를 찾아가 해결책을 요구했으나 “알아서 하라”고 외면했기 때문에 결국 그를 검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진 기자와 일문입답에서, 먼저 한 기자가 “하필이면 이런 어머어마한 사기(?)를 당하면서도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 선거철에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뭐냐” “사업은 돈 벌려고 한게 아니냐, 그런데 내용중에 어려운 '낭인'을 도와줬다는 내용이 있는데 뭔 뜻이냐”고 두 가지를 질문했다.

이 씨는 “선거전에 여러차례 김한표씨에게 얘기를 했는데 마지막에 선거 끝나고 보자고만 했다. 그런데 지난 4년동안 전화 한통화도 없었다. 제 입장이 너무 어려우니까 찾아가서 사정을 얘기했는데도 안들어줬다. 이번에도 찾아가니 김한표씨가 난 재산도 없다 재산이 마이너스다. 사업투자 아니냐는 원칙적인 얘기만 하길래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뛰쳐나왔다. 얘기가 안되니까. 저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이 있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나는 사업을 할려고 투자만 한게 아니다”라면서 구체적인 내용보다 섭섭함을 더 강조했다.

본 기자가 “결국 김한표 의원과 그동안 투자금 등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안먹혀 들어가니까 이런 선거 시기를 이용해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할것이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어제 김한표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씨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씨는 “저도 그 기사 내용을 봤다. 저를 협박범으로 몰고 있는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 기자들이 알아서 판단하시라”고 답했다.

일간지 한 기자가 “직접 공장을 얼마나 경영했느냐”고 질문하자, “얼마 안된다. 2009년 12월 17일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8∼9개월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같은 기자가 “보통 사업에 투자하게되면 수익성이나 투자성을 확인하고 반드시 재정상태를 점검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김한표)를 믿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재차 본 기자는 “그렇지만 고소를 했다해서 죄가 확정된 게 아니지 않느냐. 의도하든 않든, 지금까지 일련의 행동이 시기적으로 선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글쎄요, 나는 거기에 대해서 잘모르겠다. 그건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고 말했다.

이에 다시 본 기자가 “어찌됐든 오늘 기자회견을 각 언론사에 알린 건 본인이 아닌 모 예비후보 선거캠프다. 이런 것만 봐도 순수성이 의심되고 선거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건 기자들이 알아서 판단해라. 나는 이 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 내가 참석하라 마라 할 권리가 없다”고 똑같은 답변을 되풀이 했다.

또 본 기자가 "고소사건은 나중에 조사를 하고 재판을 거쳐 유,무죄를 가려 혹 누가 잘못이 있는지 결과가 나오면 그때 기자회견을 다시 할 용의가 있느냐. 우리 시민들이 진실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질문하자 이 씨는 즉시 "그렇게 하겠다" 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자가 이 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갑자기 한 참석자가 “왜 기자회견과 관련없는 얘기를 하느냐”고 참견하면서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이 씨가 기자의 소속과 성명을 묻고 기록한 후 기자가 질문을 계속 이어가자, 앞서 참견자가 재차 “이렇게 하시면 기자분들 수준이 떨어지는 거예요”라면서 큰 소란이 일었다.

기자들이 이 참석자에게 “어떻게 되시느냐. 어디 기자시냐”고 묻자, 그는 “000예비후보 수행비서”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러자 기자들은 한결같이 “그러면 이 자리에서 비켜 주시는게 좋지 않겠느냐. 특정후보 수행비서가 왜 여기와서 기자회견에 참견을 하나”는 항의를 받았다.

소란이 진정된 후 한 기자가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게되면 사전에 알아보고 하지 않느냐. 처음엔 적게 투자하다가 나중에는 투자금 규모가 커졌는데 알고도 가만히 있었느냐”고 묻자, “투자하는 동안 정확한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김한표씨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이 씨에게 “본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인데 어떻게 선거에 출마한 타 후보 수행비서가 와서 입장 설명을 하느냐”고 지적하자, 앞서 모 후보 수행비서가 또 다시 “입장을 대변하는게 아니라 기자가 질문하는 내용이...”라고 또 참견하다, “기자회견에 왜 선거캠프에서 끼어드냐”는 기자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결국 퇴실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회견 말미에는 이 씨가 김한표 예비후보와 함께 검찰에 고소했다는 전모(여)씨가 일행과 함께 참석해 회견 내용을 반박하며 이 씨에게 항의했으나 이 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한표 예비후보측 관계자가 양해를 구하고 설명하려다가 기자들의 제지를 받았으나, 전모씨가 나서 “내가 사건당사자”라고 밝혀 일단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전 모씨는 “나도 피해자고 이씨도 피해자지만 왜 기자회견을 하고 김한표씨를 끌어 들이나”“기계를 몰래 팔아먹은 건 죄가 아니냐”고 소리를 지르며 이 씨에게 항의를 했다.

또 2010년 이후 대표이사를 맡았다는 최모라는 한 남성이 나서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의 당사자'라면서 사업 전개과정을 5분여간 설명하고 “이씨와 함께 투자를 해 손해를 본 건 맞지만 김한표씨와 상관없다. 왜 이런식으로 끌어 들이느냐“고 되물었다.

이 자리에서는 최모씨 자필명의로 작성된 고소장이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사본으로 된 이 고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이 씨가 피고소인으로 기재돼 있었으며, 내용은 사업 전개과정에서 상호 약정을 위반한 이 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이날 회견을 지켜 본 한 참석자는 "(이 씨에 대해)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 씨 본인은 부인해도, 개인의 아픔을 선거에 이용하는 걸 생생히 본 것 같다. 그 누구도 이 씨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도 못할 거면서..."라고 아쉬워 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20분께 김한표 예비후보와 함께 고소당했다는 전 모(여)씨가, 앞서 이 모씨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입장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보내왔다.

<이 모씨가 미리 준비해 기자회견장에 배포한 유인물>

<기자회견장에서 배포한 최모씨 명의 자필 고소장 사본>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전모(여,녹색점퍼)씨와 최모(서있는 사람)씨가 이 모씨의 주장을 반박하며 항의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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